[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집안에 전축이 없었던 그 시절, 수천 장의 음반으로 빼곡한 뮤직박스가 있는 음악다방은 그야말로 해방구였다. 음악 신청 리퀘스트 용지 하나로 좋아하는 가수들의 노래를 마음껏 들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음악 선택권의 권력’을 갖고 있던 음악다방 DJ. DJ는 뮤직박스 안에서 날씨와 계절, 분위기에 맞는 선곡을 하고, 리퀘스트 뮤직의 사연을 소개하며 객석의 마음을 쥐락 펴락 했다. DJ의 어원은 Disk(음반)와 Jockey(말을 타는 기수)의 약자로 말(馬)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기수처럼 Disk(음반)을 자유자재로 다룬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내가 애정했던 음악다방 DJ는 한때의 금지곡들을 즐겨 들려주곤 했다. 김민기씨의 전앨범을 들을 수 있었던 것도 그때 그 음악다방에서다. ‘사랑이 왜 이루어질 수 없냐’며 가사가 건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금지곡이었다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도 그 DJ 덕분에 즐겨 들을 수 있었다. 아침이슬, 친구, 상록수, 작은 연못은 떼창을 선도하기도 했다.
 

얼마 전 한 자치단체 축제에서 추억의 음악다방이 부활됐다. 1970년대 별이 빛나는 밤에 오프닝 시그널 음악이 감미롭게 울려 퍼지며 등장한 DJ의 멘트는 느끼함과 부드러움을 넘나들었다. 서울시도 ‘추억의 음악다방’을 개관해 45년 차 현역 DJ의 수준급 진행으로 옛 시절 음악다방의 추억을 소환하고 있다. 

가난한 연인들이 그들만의 사연이 담긴 음악을 듣고, 젊은이들이 금지곡을 부르며 쓰린 가슴을 달랬던 음악다방. 사랑의 아픔을 겪으며 청춘 시절의 추억에 빠져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까. 가끔은 지직거리는 빽판으로 듣는 음악다방이 그리워진다는 것을.

[2023년 6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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