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세계를 호령하는 K컬처의 주인공들은 단지 K팝스타나 영화배우들만이 아니다. 아이디어 하나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며 한류를 견인하는 숨은 강자들, 우리는 이들을 K-인플루언서(K-Influencer)라고 부른다. 

최근 곰돌이 젤리 ‘하리보(Haribo)’의 크리스티안 발만 글로벌 수석 부사장은 한국을 ‘인플루언서 컨트리(Influencer country)’로 꼽으며 오직 한국에서만 유튜브 채널 운영을 시작했다. 그는 “한국 소비자들은 디지털과 쌍방향 미디어에 익숙하고 K컬처를 통해 전 세계에 강한 영향을 끼친다”고 평가한 바 있다.

한국은 인플루언서의 나라
최근 10주년 행사로 서울을 보랏빛으로 물들인 BTS(방탄소년단)도 사실 K팝스타보다는 K인플루언서에 가깝다. SNS로 자신의 삶을 공유하고, 이것이 엄청난 팬덤을 움직인다. 올해 초 BTS  멤버 정국의 기습 ‘새벽 방구석 라이브’는 1,630만 명의 시청자 수를 기록, ‘천만 방송 종결자’의 위엄을 보여줬다. 이들은 소속사 뒤에 숨어 개인 활동을 제한해온 기존 스타와는 다르다. 초기부터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팬들과 소통했고, 이 시대 청년들의 고민을 음악에 녹여냈다. 그 결과, 이제 대한민국은 BTS를 가진 나라가 됐다.

K-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챌린지’에서도 나타난다. 특정 음악을 배경으로 춤을 찍어 올리는 댄스 챌린지의 인기는, 요즘 초·중·고교에서 ‘댄스동아리’가 부활하는 배경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이마세(Imase)의 ‘Night Dancer’. 시작은 일본이었으나, 한국 SNS에서 너도나도 #나이트댄서챌린지 해시태그를 붙이자, 역주행의 신화를 썼다. 결국 이마세는 한국어 버전의 노래도 발표했는데, ‘일본 가수가 한국을 위해 기존 곡을 한국어로 다시 발표’한, 최초의 사례다.

재미있는 것은, 예전엔 폄하하는 데 사용됐던 ‘냄비근성’이 한국의 챌린지 열기에 일등 공신이라는 점이다. ‘쉽게 달아오르고 금방 식어버리는 냄비처럼 특정한 이슈에 흥분하고 집중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잊어버리는 태도’인 냄비근성은 SNS와 K-인플루언서의 시대에는 ‘분별없이 받아들이고 주착하지 않는’ 의미의 ‘냄비의 힘’으로 불리기도 한다.

냄비근성 아닌 냄비의 힘
언제부터 대한민국은 이런 영향력을 갖게 됐을까. 먼저 우리는 우리가 어떤 민족인지 기억할 필요가 있다. 

가장 빠르고 촘촘한 인터넷망을 바탕으로 단숨에 인터넷 게임을 평정한 나라. 이 좁은 나라에서 아이러브스쿨, 싸이월드 같은 온라인 관계에 열광했고, 결국 SNS 강국으로 떠올랐다. 유튜브를 비롯,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이르기까지 여러 SNS를 참 열심히도 한다.

대한민국의 SNS 이용률은 세계 평균(53.6%)의 2배에 육박하는 89%로, 세계 2위다. 특히 세대별로는 만 25~38세의 83.5%, 만 9~24세의 72.4%가 SNS를 사용 중이다. 대한민국의 강점은 소비만큼이나 생산도 잘한다는 것. 예민하고 트렌디하게 움직이는 민족이 심지어 창의력과 실력까지 갖췄으니, 기획부터 섭외, 촬영, 편집 등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수입 역시 우리의 상상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먹방을 하는 ‘Jane ASMR 제인’은 입술만 나오는 얼굴 없는 유튜버다. 이 채널의 구독자는 1,730만 명으로, 최근 하루 수익은 3,415만 원, 월 수익 10억 2,470만 원에 이른다. 올해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1인 미디어 창작자의 상위 1%의 연봉은 평균 7억 1,300만 원에 달했다. 부와 명예와 인기가 다 따르다 보니 지난해 초등학생 희망 직업 3위로 크리에이터(6.1%)가, 1위 운동선수(9.8%), 2위 교사(6.5%)의 뒤를 잇는 것도 당연하다. 이 같은 현상은 걱정의 대상이 아닌, 준비하고 선도해가야 할 문제다. 
 

 K-인플루언서 뮤지션 전다니 교도(원남교당)은 인스타, 틱톡, 유튜브를 종횡무진 중이다. 서울교구 인스타그램은 원불교를 알리는 강력한 매개체다.
 K-인플루언서 뮤지션 전다니 교도(원남교당)은 인스타, 틱톡, 유튜브를 종횡무진 중이다. 서울교구 인스타그램은 원불교를 알리는 강력한 매개체다.

지난해 트렌드 ‘갓생, 공스타그램, 오운완’
K-인플루언서, 일단 흐름은 대한민국으로 넘어왔다. 그렇다면 이 분위기를 원불교는 어떻게 선용할 수 있을까. 세상에 없는 하나뿐인 기획을 펼치기에는 새 계정도 좋다. 다만 소통하고픈 대상이 어떤 플랫폼을 사용하는지 보자.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10대~30대)는 인스타그램이 절대 우위이며, X세대(40대~50대)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비슷하다. 베이비붐 세대(60~70대)에서는 카카오스토리와 네이버밴드가 상위권이다. 어르신들 소통에는 네이버밴드가, 젊은 세대 홍보에는 인스타그램이 적합하다는 의미다.(유튜브 제외)

그럼, 무엇을 올려야 할까. 2022년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트렌드가 힌트다. 훌륭하고 모범이 되는 인생 ‘갓생(god生)’, 공부+인스타그램 ‘공스타그램’, 오늘의 운동 완료 ‘오운완’, 지역으로는 ‘성수동’이 뽑혔다. 코로나19 가운데에서도 사람들은 좋은 삶을 살고 싶어 하고, 공부와 운동을 자랑하거나 공감받고 싶어 했다는 의미다. 이를 우리와 어떻게 연결할지 연구해볼 만하다. 아예 새로운 계정도 좋지만, SNS 특성상 기존의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게 빠르고 확실하다. 교단에는 이미 팔로워 7,500명을 돌파한 서울교구 인스타그램(@wonbuddhism_seoul.official)이 있다. 전문가 김원국 교도(골든터치 대표)는 이 계정을 키워내며 원불교 SNS 홍보에 대한 인식과 참여를 완전히 변화시켰다. 조선팝 뮤직비디오는 물론 인스타 메시지를 통한 문답, 사진 및 댄스 챌린지 등으로 원불교를 알리는 K-인플루언서로 성장 중이다.

또한 이제는 숏폼의 시대다. 1분 이내에 눈길을 사로잡고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기존의 설법이나 홍보, 자료 영상 등을 1분으로 편집해 자막을 넣어 띄워 보내자. 어떤 알고리즘을 타고 만나게 될지 모르는 세계인들이 원불교를 알리는 K-인플루언서를 기다리고 있다.

[2023년 6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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