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연 활동가
김혜연 활동가

[원불교신문=김혜연 활동가] ‘이것밖에 안 된다고?’ 10년 치의 쓰레기가 쌓여있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의 반차레 단다(Banchare Danda) 매립지를 보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작은 쓰레기 언덕 정도로 보였다. 시내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매립지의 관리책임자는 “하루 1,200톤의 쓰레기가 모이는데 곧 포화상태에 이른다. 다른 매립지 조성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인구수가 비슷한 부산은 2020년 기준 하루에 약 3,991톤의 생활폐기물을 배출했다. 부산의 절반에 미치지 않는 양인데도 네팔은 그 어느 때보다도 고민이 깊다.

매립지를 방문하기 전, 5월 23일과 24일 이틀에 걸쳐 삼동인터내셔널 주최로 ‘한-네팔 환경 국제 포럼’이 열렸다. 처음 갖는 자리이니만큼 예열이 필요하다 싶었으나, 녹색전환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의 주제 강연과 패널 토론, 청중 질의응답으로 사례와 의견들이 쉴 틈 없이 쏟아져 나왔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현실의 차이’였다. 처음 기획했던 ‘기후위기 개선’ 이전에 ‘환경 오염’이야말로 이 나라에서 가장 피부로 느끼는 문제였다.
먼 동북의 땅에서 온 이들을 위해 축하 공연을 하고, 기념 촬영을 요청하던 모습과는 달랐다. 한국은 어떻게 하천을 관리하는지, 의료폐기물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태양광 발전이 정말 괜찮은지 등 진지한 질문이 날아들었다. 

동시에 정치의 한계, 청년에게 기회가 부족한 현실을 개탄하는 청중의 발언도 길게 이어졌다. 포럼을 진행하는 내내 공감과 큰 격차 사이에서 마음이 복잡해졌다. 
 

원조를 넘어 상생이 
곧 지구 생태계의 
질서를 회복하는 길.

카트만두에서만 5일을 머물렀다. 조금이나마 네팔의 환경 문제를 직접 마주할 수 있었다. 예고 없는 정전 때문에 어두컴컴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낡은 차와 오토바이는 검은 연기를 뿜어댔다. 하천의 쓰레기와 오물이 눈에 띄었다. 

한국에 돌아오니 히말라야에 버리고 온 관광객들의 쓰레기 사진이 뉴스에 나온다. 내려올 때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란다. 네팔의 관광지는 성수기 때 쓰레기가 몇 배 이상 급증하는데 심지어 험한 산악지형이어서 처리가 쉽지 않다. 게다가 쓰레기 매립 외에는 다른 기반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다. 정녕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라는 네팔에 희망은 없는 걸까? 

나는 오염과 정신없음으로 무질서한 거리의 풍경만을 바라보지 않았다. 아침 6시부터 거리에 가득한 활기, 있는 그대로 도시에 어우러진 나무와 개와 같은 동식물도 분명히 보았다. 생활 그 자체인 네팔의 힌두교와 불교에서 제시하는 ‘생명 존중’의 진리를 시민의식으로 끌어낼 수 있다면, 네팔은 오늘날 환경운동의 모범 사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왕정을 끝내고 2008년 민주공화국을 수립한 네팔은 혁신을 주장하는 청년 정치인들이 당선되면서 점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올 9월에도 두 번째 ‘한-네팔 환경 국제 포럼’이 서울과 익산에서 열린다. 원조를 넘어 상생이 곧 이 지구 생태계의 질서를 회복하는 길임을 믿고, 함께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이어가고자 한다. 많은 관심이 모이기를 바란다.

/원불교환경연대

[2023년 6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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