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경남지역 인근 교당과 멀리 부산에서 온 참가자 14팀이 한자리에 모였다. 원고에 밑줄 치고, 동그라미 체크하고, 별표까지 새기며 연습에 매진했던 참가자들의 낭송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날이다. 이름하여, 원불교 시가·성가(詩歌·聖歌) 낭송대회. 

고사리 손 움켜쥐고 또랑또랑하게 어린이성가를 낭송하는 아홉 살 참가자부터, 한 구절 한 구절 신심과 공부심으로 선진의 오도송을 독송하는 여든을 훌쩍 넘긴 원로 참가자까지, 현장에는 설렘과 떨림이 가득하다. 웃음 한 줌과 더한 감동이 어우러진 그 현장, 동김해교당(주임교무 남근옥)을 찾았다.
 

낭송, 모두를 보이다
6월 3일 동김해교당 대각전에서 열린 ‘원불교 시가·성가 낭송대회’의 본격적인 무대는 2부 펼친 마당이다. 진주·삼천포·안락한부산진·부산남산·창원·김해교당 등지에서 달려온 가족과 교당 응원군의 지지를 받으며 무대에 오른 참가자들은 원불교 성가, 정산종사 원각가, 대산종사 일여선가 등 선진의 오도송(悟道頌)에 자신의 마음을 담았다. 교가(영산회상 봄소식이)를 낭송한 천안성 교도(김해교당)은 시각장애의 경계를 넘어선 신심으로 울림을 줬고, 어린이 교도 3팀의 낭송을 통해 어린이성가 정다운친구, 창작성가는 가사의 의미에 웃음이 보태졌다. 

시낭송 마음공부 참여자들로 구성된 시낭송묶음, 수도자들이 쓴 수필 잠언집 낭독. 성가극 ‘모두가 은혜입니다’ 등 3부 은혜 마당도 풍성했다. 대회 중간중간 미션이 더해진 행운권 추첨과 심사위원의 깜짝 시 낭송 등 맛깔스러운 진행이 돋보였던 ‘원불교 시가·성가 낭송대회’, 그 탄탄한 기반은 ‘시낭송 마음공부’다. 

Won-day, 시낭송 마음공부
‘원불교 시가·성가 낭송대회’의 베이스캠프라 할 수 있을까. 동김해교당은 ‘원불교 문화가 있는 날(Won-day)’ 선정 프로그램으로 ‘시낭송 마음공부’를 진행하고 있다. 교정원 문화사회부는 원불교 문화콘텐츠 개발과 원불교문화의 효과적인 대중화를 위해 Won-day 사업을 시행해, 전국 단위의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지원해오고 있다. 올해로 8회째다.

동김해교당의 시낭송 마음공부는 김해지구의 ‘감사잘함 문화교실’ 프로그램으로 진행해오다, 남근옥 교무가 교당 단독으로 Won-day 사업을 신청해원기106년부터 3년째 운영하고 있다. 시가·성가 낭송대회와 시극 연출 등을 통해 ‘일원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자’하는 의지였고, 이를 통해 지역민과 함께 하는 ‘문화예술교화’로의 연계방안이었을 터다. 아울러 교도 대부분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시낭송 마음공부의 저력이기도 하다. 
 

 

5개 교당 순방법회, 시낭송 마음공부 꽃 피워 
원불교문화예술 콘텐츠,
지역사회 보은활동 영역으로 확장

순방법회, ‘감동적이었다’
교도들은 매주 월요일 저녁 두 시간씩 시낭송 마음공부를 한다. ‘감사잘함 문화교실’ 시낭송 프로그램(원기103~105년) 진행 이후에도 꾸준하게 정진한 교도들. 시낭송 입문과 시낭송 실제의 과정을 거쳐, 3년 전부터는 시낭송 심화과정으로 성가 및 오도송을 낭송하고 시극을 연출한다. 

시낭송 전문 강사(이형선 교도)의 지도와 교도들의 성실한 학습력, 여기에 ‘성가 가사 이야기’, ‘오도송 낭송으로 하는 마음공부’, ‘오도송 시어풀이’ 등 남 교무의 기획력이 더해져, 원불교문화예술 콘텐츠가 지역사회 보은봉공활동의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그 시작으로 올 1월 경남교구 출가교역자협의회 부임법회 시낭송 공연에 이어, 5개 교당(밀양·장유·김해·창원·통영)의 순방법회를 진행했다. “감동적이었다”는 평가, 진가를 드러내는 말은 결코 길지않음을 우리는 안다. 
 

학창시절의 낭만과 활기
교도들의 마음이 전해졌다. “나이 든 사람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격려해주니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원불교를 만나서 저는 구원을 받았어요.”(김정숙 교도) 

“거의 모든 교도가 시낭송 수업에 참여하니 화합하면서 즐겁게 마음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시낭송 수업과 더불어 (종교를) 안 믿는 분들에게 자연스럽게 원불교와 교당을 얘기할 수 있어 좋아요. 저도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낭만과 활기를 찾았습니다.”(김명인 교도) 

“시낭송을 저희 반 수업에 활용해서 아이들이 시를 낭송하고, 시를 짓고, 시화를 그리고, 드디어 봄 시집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동김해교당 시낭송반 화이팅!”(김이연 교도) 
교도들은 지역사회 각종 문화 행사에도 참여해 시낭송 마음공부 꽃을 피우고 있다. 특히 2021년 UN세계요가의 날 행사 식전공연에 참여해, 인도대사·인도문화원장 및 김해시 주요관계자들에게 원불교를 알렸다. 보람이었고, 귀하고 값진 소득이었다.

에필로그, Won-day 사업 성공
Won-day 교당 단독 사업으로 ‘시낭송 마음공부’를 진행하고 있는 남 교무는 원불교 성가는 악전(樂典)으로 역사적이고 예술적으로 높은 가치와 의미를 지녔음을 이야기한다. 남 교무가 순방법회 때 성가이야기를 따로 설교하는 이유다. 성가 가사의 원문을 접할 수 있음도 큰 소득이다. 

“성가 가사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는 교도의 말에 ‘Won-day 사업 성공이다’고 생각했다는 남 교무. 동김해교당 교도들의 서원은, 그렇게 한 줄 시가·성가로 오래도록 마음 안에 담겨있을 터이다. 그 신심, 더할 나위 없다.

[2023년 6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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