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당에 다니는 우리 가족은 6월 들어 서울과 여의도, 원남, 중구교당에 갔다. 육일대재는 집과 가까운 여의도교당에서 모셨고, 원남교당엔 남편이 수요일 저녁 선방에 참여한다. 중구교당은 일찍부터 벼르다 갔다.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남편 가게와 가장 가까운 곳이 중구교당인데, 갑자기 예약이 잡혀도 씽씽이(전동킥보드)로 10분 안에 가게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 집은, 원래 우리 교당, 집 가까운 교당, 선방 교당, 직장 가까운 교당까지 네 교당을 오갔다. 그야말로 ‘교당 유목민’이 된 것이다.

유목민이 되고 보니 여기저기 같은 부류(?)가 많았다. 우리의 경우 재에  참석하고 싶던 동네 사람, 교당 소모임이 좋아서 가는 팬, 교당이 직장과 가까운 지역 근로자였듯, 그들 각자 사연도 퍽 각양각색이었다. 자녀를 위해 어린이법회를 찾아온 부모, 다리가 불편해 엘리베이터 있는 법당을 찾은 어르신, 일요일 아침 대신 평일 오후 법회를 가고픈 주말 근무자 등 제각각 그럴만한 이유인 데다, 어떻게라도 교당에 가고픈 마음도 절절했다.

우리에게도 고향에서 나고 자라 한 교당에 뼈를 묻는 단순하고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다. 허나 불과 수십 년 만에 대한민국은 급변했고, 대학, 취업, 결혼 등을 이유로 많이들 도시로 왔다. 대부분 야근이 많고, 주말에도 일하며, 그런데도 팍팍하고 간난하다. 직장이나 집값, 애들 교육 때문에 여기저기를 떠도는 삶이, 길면 60대까지도 계속된다.

이렇게 삶 자체가 유목민일진대, 어찌 교당만 붙박이겠는가. 사정에 따라, 필요에 따라, 때로는 취향에 따라 교당을 선택하거나 옮겨 다니니. 오히려 결과적으로 더 많이, 오래 교당에 가게 됐다. 어쩔 수 없이 시작한 비대면이 지금도 이어지는 것처럼, 이제는 ‘내가 원하는 시간’, ‘원하는 교당’을 찾는 교당 유목민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시공간의 제약이나 제한된 가치, 기존의 삶의 방식을 벗어나 자유와 창조를 추구하는 유목민을 ‘노마드(Nomad)’라 부른다. 이 흐름은, 대한민국 MZ세대이자 서울 및 수도권 거주자, 나아가 세계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과 같은 맥락이다. 교당 노마드가 많아지고 자연스러워질수록, 법회나 선방, 소모임의 시간이나 테마는 더 다양해질 것이다. 또한 교당들도 지역적 특성을 살려 저마다의 특별함을 갖추게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많은 교당에서 얼마나 많은 교무님을 만나게 될까. 교당 유목민의 삶, 이제는 ‘교당 가야 하니 주말여행은 못 간다’가 아니라 ‘여행 가면 그 동네 교당 법회를 본다’, 즉 ‘어디서든 교당’의 삶을 꿈꿔보자. 작은교당, 지방교당도 살리며, 교당마다 색깔과 강점을 입히는 교당 유목민, 이들이 바로 교단의 미래에 서 있는 원불교 신인류다. 

[2023년 6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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