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최연소 52세, 최고령 85세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 평균 연령을 짐작해 보건대, 예순 고개를 훌쩍 넘긴 학생들의 학교가 있다. 학교법인 삼동학원 한울안중학교 부설 원광행복학교. 중학교 과정 문해교육기관인 원광행복학교는 성인문자해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성인문해교육은 배움의 기회를 놓친 성인들에게 학력 취득 기회를 제공하는 중학교 졸업장 취득 2년 과정이며, 전액 무상교육이다. 

2018년 개교 이후 72명의 졸업생(1기 42명, 2기 30명)을 배출하기까지, 보이지 않는 조력으로 학교 운영의 고비 고비를 넘긴 윤제성 이사(본명 덕기, 대현교당). 그 고비 고비마다 ‘사심 없는 마음으로 하면 이뤄진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원광행복학교 학생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원광행복학교 윤제성 이사
원광행복학교 윤제성 이사

‘부지런히 살았지만 학교를 꿈꿔왔다’
6년 전(2018), 원광행복학교 첫 입학식이 대구경북교구청에서 열리던 날의 풍경은 이랬다. 신입생 47명 전원에게 근시용 안경이 입학식 선물로 전해졌고, 신입생들은 ‘부지런히 살았지만 학교를 꿈꿔왔다’는 내용을 담은 카드섹션을 선보였다(본지 1905호). 

늦깎이 학생들에겐 ‘꿈꾸던 학교’였고 ‘설레는 배움’이었다. 학교가 문을 열기까지, 윤 이사는 당시 김도심 대구경북교구장의 결단을 곁에서 지켜봤다. “김 교구장님이 사심 없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염원했기 때문에 이뤄진 일입니다.” 이후 그의 마음에 오래 기억되는 교무(최성란·모경희·오정도·황성학 교무)가 더 있다. 모두 ‘사심 없는 마음’으로 학교 운영에 큰 힘이 되어 준 교무들이라고 했다. 그는 그저 뒤에서 학교 일을 돕는 ‘급사’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학생들 평균 연령, 만 67세
현재 원광행복학교는 만 52~85세까지 총 43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중학교 1학년 과정은 진입진단평가로 대체하고, 2~3학년 과정은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정규 5과목과 선택과목으로 컴퓨터 일반, 스마트폰 활용 등이 있다.

그가 뭉클한 학생들 사연을 전한다. “어릴 때 아버지 지게에 타고 가다가 떨어져 다쳤는데, 그때 머리를 다쳐 공부를 제대로 못 하고 초등학교만 어렵게 졸업한 학생이 있어요. 아버지께 본인이 항상 아픈 손가락이었는데, 늦깎이 공부를 하게 돼 이제야 아버지께 효도하게 됐다고 좋아했죠.” 

“부모님도 보내주지 못한 중학교를 원불교 덕분에 다니게 돼 정말로 감사하다”는 어느 60세 학생의 말도 잊지 못한다. 학생들 사연 하나하나가 더해진다. 어떤 학생은 중학교 졸업장 취득 후 국가자격증(청소년 상담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해 쉼터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상담에 앞장서고 있고, 어떤 학생은 졸업 후 비즈공예 등을 배워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마음공부’다. 비로소, 원광행복학교의 마음공부가 시작됐다.
 

사심 없는 마음으로
  하면 이뤄진다

원불교 마음공부 개설
‘마음이 다급했다’고 그는 말했다. “학교를 설립한 목적이 소태산 대종사님 법을 전하는 것이었는데, 이대로 마음공부를 시도조차 못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광행복학교는 중학교 과정을 졸업하려면 학습활동 이외에도 창의적 체험 활동을 이수해야 한다. 그는 이 체험 활동의 일환으로 지난 4월 마음공부 수업을 개설했다. 학생들은 한 달에 두 번 최용정 교무(삼덕교당)을 통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마음공부’를 하고 있다. 노래수업이 곁들여진 마음공부 강의는 첫 수업부터 학생들의 호응이 컸다.
그가 학생들에게 전하고픈 것은 원불교와의 인연으로 얻게 될 진정한 삶의 행복이다. 그렇게, 늦깎이 학생들의 마음 한편에 원불교가 자리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진정한 삶의 행복
지난해 12월 원광행복학교는 문을 닫아야 할 어려움에 직면했었다. 그동안에도 집세를 내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여러 번의 위기가 있었다. 그때마다 좋은 인연들이 나타나 고비를 넘겼지만, 학교재정과 안정적인 운영은 한시도 내려놓지 못할 현안이다. 그가 학교를 지속 운영하고자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는 원불교 인프라가 조성된다는 것이고, 둘째는 원불교가 알려지고 소태산 대종사님 교법이 전해져서 사람들이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그가 마음 하나를 더 꺼낸다. “교무님들이 각자 자기 역할을 다하고 계십니다. 특히 해외에서 교화하는 것을 보면 눈물이 납니다. 마음을 잘 쓰도록 가르치는 교무님들이 계시니, 원불교 마음공부가 뭔지 학생들이 접할 수 있도록 해야지요.”

그의 마음속 법문은 <정산종사법어> 응기편 39장이다. ‘심량이 호대하면 모든 경계가 스스로 평온해지나니 이것이 곧 낙원의 길’임을. 그 호대한 심량으로 그는 오늘도 원광행복학교로 향한다.

[2023년 6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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