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이어) 

소태산 대종사는 깨달음을 얻은 후 ‘세상과 함께’ 잘 사는 방법을 고민했다. 이러한 정신을 이어받아 ‘그 지역과 그곳의 사람을 위한 종교의 역할’을 살려내고 있는 교화현장의 이야기를 모아봤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원불교’라는 주제로 열린 본 좌담에는 류응주 교무(여산교당), 박성은 교무(추부교당), 이원우 교무(물금교당), 송재도 교무(좌포교당)가 함께했다.
 

지역사회나 이웃들의 반응은 어떤가.
이원우: 활동을 하다 보니, 도움이나 나눔을 원하는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도록 전달해야지, ‘너 이거 받아’와 같은 태도는 2차 가해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지역사회에 교무님이 있어서(원불교가 있어서) 행복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나눔이 돼야 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같은 기관을 통하면 알아서 지역사회신문에 홍보해준다. ‘지원받는 교당이 나눔을 한다는 게 얼마나 자랑스럽냐’고 교도님들과 자주 이야기한다. 생색내려는 나눔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나눔의 방향으로 교당이 역할을 하면 환영받는다.

박성은: 저는 요가 지도를 좋아하고 많이 해왔는데, 교당 앞 문화센터에 요가교실이 있다. 그분 영역을 침범하면 안 되니까 요가선생님과 협의해 제가 개발한 요가(여래봉 요가)를 전수하고, 선생님이 문화센터에서 그것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상생 방법을 찾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더 배우고 싶은 사람들은 교당으로 오고, 교도가 된 사례도 있다. 교당에서는 요가만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함께 살피게 한다. 10회기가 끝나면 ‘요가도 좋은데 마음돌봄이 더 좋네요’라는 피드백이 온다. 최근 ‘마음 한잔’ 간판을 달면서 법당을 찻집이나 도서관처럼 예쁘게 꾸몄더니 오는 분들이 “여기 계속 앉아있고 싶다”면서 “일원상도 예뻐 보인다”고 했다. ‘가까워지면 거부감 있던 것도 좋아 보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 노인정 여덟 곳 정도를 돌면서 동전파스를 ‘OK파스’라고 해 붙여드리다 보니 지역사회에서 저를 모르는 할머니가 없다. ‘교무’라는 호칭은 자연스러워졌고, 어디를 가든 ‘교무선생님’을 다 안다. 교당이 지역사회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송재도: 무수한 시도를 관망하다가 이제 조금 관심을 보여주는 단계쯤 온 것 같다. 교당 역사가 90여 년인데,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많이 받았고, 베풀기에는 녹록지 않았던 것 같다. 부임하고 6년간 다섯 번의 의료봉사를 진행했고, 대산종사탄생가에서 마을 주민과 함께하는 위안잔치콘서트를 두 번 했다. 그런 자리에 알아서 찾아와 주는 군수님이나 면장님의 모습을 보면서 ‘한살(몸)’이 되어가고 있구나 싶다. 그럴 때 농협지점장님도 필요한 부분에 힘을 보태준다. 또 면사무소에 갔을 때 공무원들이 “교무님 오셨어요?”라고 서슴치 않고 이야기해주는 것도 간접 교화로서 의미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류응주 교무
류응주 교무

 

지역사회 변화에 필요한

교육 제공하는 원불교

-류응주

류응주: 3~4년 전부터 노인일자리사업으로 꽃 가꾸기를 한다. 주민자치위원회에서 꽃 상자를 주면, 노인일자리로 꽃을 가꾸고, 교당은 흙과 상토를 사서 꽃 상자를 만들어 다시 자치위를 통해 마을에 배포한다. 80개 정도의 꽃 상자가 마을로 가면, 원불교라고 써놓지 않아도 그 꽃이 다 ‘원불교 꽃’인 것을 안다. 또 밤 여섯 시만 넘어가면 개구리 소리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삭막한 지역에서 매일 40명이 원불교를 왔다 갔다 한다. 또 지역 유지나 지역 기관장들과 함께 사업을 하다 보니 원불교를 알리는 일이 함께 효과를 내고 있다.

이원우: 교당 아래 도로로 이어지는 석축에 벽화를 그렸더니 교당과 마을 분위기가 완전히 살아났다. 교구 청운회가 손을 보태줬고, 덕분에 벽화 앞 의자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앉아서 쉬었다 가고 사진도 찍는 장소가 됐다.

생색내려는 나눔 아닌

자연스러운 나눔일 때 환영

-이원우

이원우 교무.
이원우 교무.

‘그때 그 시대와 사람’에 맞는 원불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박성은: 꽃도 나눠주고 요가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쉽게 해줄까다. 사실 나눔은 돈이 없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저는 적십자에 가입해 봉사자로 따라가서 ‘원불교 교무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넨다. 단순한 나눔은 지역사회에 만들어진 시스템에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문제는, 그러한 활동 외에 교무로서 해야 할 핵심을 아는 것이다. 우리는 그 무기가 세련되지 않았고, 일반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계속 접근하고 시도해야 한다. 일반인과 교도를 대상으로 <대종경>을 일반화해 전달할 그림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공동의 노력’이 시급히 필요하다.

송재도: 처음 2~3년은 뭐라도 해보려고 다양한 시도를 했다. 이제는 일회성 이벤트는 지양하고, 지속가능하고 내가 없어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단순한 듯해도 길게 갈 수 있어야 한다. 시대화·생활화·대중화라는 명제에 맞게 추진하면서, 백반이 아닌 특식만 찾고 있는 건 아닌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교화·교육·자선 3방면의 박자가 맞는 토탈교화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40년 된 어린이집의 원아 수가 줄어들면서 없애라는 요구가 있지만, 그럼에도 계속 끌고 가는 이유가 있다. 교당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같이 가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류응주: 사람의 의식을 바꾸는 데 원불교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교육’이다. 원불교의 발전이 교육을 통해 이뤄졌듯, 지역사회 특히 시골에서 필요한 교육이 있다. 분리수거만 해도 그렇다. 시골에는 환경 문제, 기후 위기 등을 교육하는 단체나 기관이 없다. 원불교가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주축이 돼야 한다.

이원우: ‘자선과 나눔을 하는 게 좋은데, 거기서 끝나면 단순 자선사업에 그칠 수 있다’는 스승님들의 말씀을 늘 염두에 둔다. 근본적으로 ‘원불교가 이렇게까지 활동할 수 있는 힘은 뭘까’를 추적해 찾아오게 해야 한다. 발달장애 아동의 부모들을 보니, 자기 문제로 찾아오면 정말 진지해진다. 시대가 지날수록 소태산 대종사께서 예언하신 그대로 된다. 원불교의 미래 희망을 성자들의 근본정신에서 찾지 않으면 답이 없다.
 

송재도 교무.
송재도 교무.

 

두근두근한 개척교화

꿈 꾸는 이 많았으면

-송재도

교화회복에 대한 생각을 나눠본다면.
송재도: 코로나19 상황 전에, 지역 기자의 협조를 받아 한글학교를 열려다 못했던 것이 숙제로 남아있다. 이런 생각도 해본다. 이동형 불단을 갖춘 움직이는 교당 같은 것이다. 교당의 형태가 다양해져야 한다. 젊은 교무들이 의기소침해 있는데, 그런 중에 생각만 해도 두근두근해지는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 개척교화 중독자가 많이 나오면 좋겠다. 저 역시 더 나이들기 전에 그런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이원우: 어느 대기업 CEO가 “나는 다른 직종에 있는 사람과 점심 식사를 함께 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배운다”고 했다. 교무들도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배우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교화회복이라는 말을 하는데, 저는 우리 교화가 그렇게 창대했던 적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냥 ‘창의적 교화 바람’으로 표현하고 싶다. 당장 답답한 것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이러한 것들을 하고 싶다는 희망과 창의력을 나누는 시간이 많아지길 바란다. 우리 각자가 스스로 뭔가를 해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하려는 곳에 관심과

힘 실어주는 분위기 돼야

-박성은

박성은 교무.
박성은 교무.

박성은: 자발적 교화 시도가 많아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인사공모제가 활성화돼야 한다. 많은 교무가 ‘의욕있는 시즌’을 모두 똑같이 겪는 건 아니다. 각자의 인생 속도에  따라 ‘이걸 해봐야겠다’는 뜻이 섰을 때, 교구나 지역에서 그러한 기회를 주면 좋겠다. 국밥 파는 성당, 책방 하는 교회는 있는데 원불교에는 그런 곳이 없다. 다양한 교당 모습이 나올 수 있도록, 원하는 사람이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인사공모제가 필요하다. 또, 교무가 지치지 않게 해야 한다. 혼자 하면 너무 빨리 지치고, 마냥 뻗어나가는 생각을 가지치기 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하려는 곳에는 관심과 힘을 실어 주는 분위기가 되면 좋겠다. 교화 활성화에 대해 ‘의욕이 없어 못한다’, ‘방법이 없다’고 하는데, 절대 아니다. 다양함을 허용할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인드와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

※ ‘가치 있는 수다’는 ‘가볍고 치우침이 있는 수다’의 줄임 표현이다. 이슈와 주제에 따라 세대별, 연령대별, 기타 그룹별로 모여 조금은 치우친, 하지만 그러기에 더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한다.

[2023년 6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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