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를 막고 천지보은을 위한 진실된 실천은 나무심기다. 원불교환경연대의 ‘나이만큼 나무를 심자’ 캠페인은 매월 1회 나무와 만나는 칼럼으로 독자를 만난다. 

[원불교신문=원옥분] 55년 전, 내가 알던 봉도청소년수련원(이하 봉도훈련원)은 서울 우이동 골짜기에 자리한 고시생들의 조용한 공부터였다. 공부가 지루해지면 바구니를 들고 들어가 냉이와 쑥을 채취하며 친구들과 깔깔대며 놀던 행복한 놀이터이기도 했다. 그곳에서 냉이와 쑥을 채취하며 놀던 소녀가 어느새 노년이 돼 다시 행복한 놀이터를 꿈꾸며 봉도 둥근 숲 밭을 찾았다.

잘 자란 나무들이 병풍처럼 둘러싼 봉도훈련원 마당에 작은 연못처럼 자리한 둥근 숲 밭에는 당귀, 방풍나물, 곰취, 취 등 다양한 산야초들이 자생하고, 이름 모를 종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외래종 식물들도 번식하고 있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봤다. 고맙고 대견하게도 외래종들은 눈에 띄지 않는 청정지역으로 자리를 보존하고 있었다. 조금 더 가꾸고 돌본다면 아주 좋은 생태 환경 농업 교육의 터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봉도 숲 밭 되살림에 함께 할 사람들을 모았다.

‘뭐라도 해보자! 수백 년을 살아냈을 봉도 숲에서 우리의 한 끼를 해결하고, 토종식물이 외래식물에 묻히지 않도록 지켜봐 주며 공생하자.’ 원기108년(2023) 3월 시농제를 시작으로 생태와 영성을 잇는 봉도 숲 밭 ‘생태, 잇다’가 시작됐다. 

110년 전 출간한 <조선도품종일람>에 보면 우리나라 토종 종자는 1,451품종이나 될 정도로 다양했다.(<우리가 지켜야 할 우리 종자>, 안완식)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 종자 회사가 등장하고, 196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종자를 회사에서 사고파는 산업이 되면서 오히려 종자의 다양성은 줄어들었다. 농업의 목표가 자급자족이 아닌 환금성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뽀리뱅이, 단풍잎돼지풀, 가시박, 도깨비가지 등 해방 이후 들어와 토착화돼 가는 외래종 식물은 300여 종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미군 부대 주위에서부터 파생되는 종들은 수입 물품 입고 시 묻어 들어와 토착화됐는데, 토종식물들을 위협하는 이 존재들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이렇게 외래종에 잠식되고, 다국적 거대 종자 기업이 국내 종자 시장을 잠식해 생태계에 큰 혼란을 주고 있는 때에 우리 토종 풀들이 자생하고 있는 봉도 숲 밭을 만났으니 행복한 도시농업을 꿈꾸게 하기에 충분했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탄소는 결국 먹거리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탄소를 가두고 산소를 내뿜는 흙을 지키는 농사를 멀리하고,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경작의 수고를 포기하고, 생산·가공·포장·운반 과정에서 탄소를 뿜어내는 산업형 먹거리를 선택한 필연적 대가다. 

이제 바다 건너 멀리서 온 체리보다는 앞마당에서 수확한 앵두를, 수입 밀가루로 만든 케이크보다는 텃밭에서 뜯은 쑥을 넣어 만든 쑥설기를 간식으로 먹는 즐거움을 되찾자. 음식쓰레기를 퇴비로 바꾸고, 달걀 껍데기를 모아 칼슘 영양제로 뿌려주고 얻은 단단하고 건강한 상추와 치커리의 맛을 자랑해 보자. 나누고 나눠도 다시 풍성하게 자라는 잎채소 덕에 아낌없이 베푸는 공도자가 되어 보자. 숲 밭에서 생태 놀이를 하면, 사람도 이어진다.

/도시농업 텃밭 관리사

[2023년 6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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