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우 교도
최인우 교도

[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21살에 시집온 날부터 남편에게 서운한 일이 많이 쌓였어요.” 최인우 교도(대성교당)이 지난날을 회고했다. 

함께 농사짓고 살아가면서, 부인은 어떻게든 집안을 건사해 보려 했지만, 남편은 그 속을 너무 몰라줬다. 겨울이면 밖에 나가 화투에 빠져 사는 날이 많았고, 놀러만 다니는 모습이 원망스러웠다. 그래도 남편을 믿고 의지하며 사는데, (20년 전쯤) 빚을 1,000만 원이나 지고 들어온 일도 있었다. “뭣 때문에 빚을 졌는지 지금도 몰라요. 그때는 정말 속 터졌죠. 해 준 것도 없는 양반이 빚까지 얹어주니 얼마나 야속했겠어요.”

아랫입술을 꽉 깨문 채 잠 못 드는 날도 있었다. 너무 속상해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하지만 자신의 삶이 부끄럽지는 않았다. “시동생 가게까지 얻어줬고 할 만큼은 하고 살았어요. 자식들 결혼도 다 시켰고, 지금은 빚도 다 갚았습니다.” 이만하면 야속한 세월 잘 견디며 살았다 싶었지만, 그래도 남편에 대한 미움이 모두 용서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미운 남편이 몇 년 전부터 몸져눕게 됐다. 지병이 생겼고, 치매 증상까지 더했다. 젊은 시절 힘들고 외롭게 일만 하며 긴 세월을 버텼는데, 이제는 원망스러운 남편의 병시중까지 들어야 했다.

그럴 때마다 교당을 찾았고, 늘 기도했다. “교당 천일기도 때면 거의 빠짐없이 새벽마다 기도했어요.” 현재 대성교당은 천일기도를 회향하고 다시 두 번째 천일기도의 정성을 모으고 있다. 최 교도는 특히 교무님과 문답감정으로 아픈 속을 돌아보며 공부할 수 있었고, 교당에서 상시응용주의사항으로 늘 일기를 챙겼다. 염불도 정성으로 임했고, 회화 시간에는 도반들과 마음을 주고받으며 위안을 얻기도 했다. 

그렇게 조금씩 힘을 얻을 무렵이었다. “어느 날엔가는 기도하는데 이유 없이 눈물이 났어요. 한참을.” 그가 말을 이었다. “문득 아픈 남편을 보니 그저 불쌍해 보였다”고. “밉다가도 그리 불쌍한 남편을 보니 안쓰러웠고, 그렇게 점점 용서가 됐다”고. 

“어찌 하루아침 만에 원망심이 안났겠어요? 오래 공부하면서 놓을 수 있던 것 같아요.” 그 오랜 한도 이제 마음에 크게 걸리지 않는다. 늘 교무님과의 문답, 상시의 훈련, 염불과 기도 덕분이다.

“이제는 내 업이려니 하고 놓아집니다. 돌아보니 감사한 일들이 많았고, 남편 병간호 잘하면서 세상에 보은하고 살고 싶습니다.” 최 교도는 올해 초부터 화병으로 먹었던 신경과 약을 끊게 됐다고 한다.

[2023년 6월 28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