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호 교무
현상호 교무

[원불교신문=현상호 교무] 미국 전무출신 훈련(6월 15~25일)에 참석하기 위해 하와이에서 9시간 반이 걸려 뉴욕 JFK 공항에 도착했다. 좁은 기내 좌석에서 굳어 있던 몸을 추슬러 공항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있는 중앙 기차역에 갔다. 거기서 원달마센터가 위치한 허드슨역까지는 기차로 또 2시간이 걸린다. 허드슨강을 따라가는 기차를 타고 차창 밖의 풍경을 보는데, 몸도 피곤하고 그날따라 하늘이 흐리고 비도 내려서 피곤한 내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하지만 원달마센터가 있는 허드슨역에 가까이 갈수록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이 활엽수림으로 바뀌고, 지난해 훈련 때 원달마센터를 산책하면서 맡았던 특유의 여름 숲 향기가 느껴졌다. 세계의 경제수도 뉴욕에서 기차로 조금만 나와도 이렇듯 대자연을 느낄 수 있는 오래된 조용한 시골 마을들이 있다는 것과 그런 곳에 대한민국의 자생 종교인 원불교의 훈련원이 존재한다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원달마센터와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몸에서 묘한 기운이 느껴지고 쌓였던 피로가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허드슨역에 도착하니 김필현 교무가 반갑게  마중을 나와 줘 원달마센터에 입소했다.
 

소태산 대종사님의 
포부와 경륜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크게 다가온다.

짐을 풀고 휴식을 취한 뒤 저녁 공양을 마치고 훈련원 주변을 산책했다. 산책로 이름은 일원로인데, 소태산 대종사님의 십상을 명상하며 걸을 수 있다. 내가 훈련원에서 제일 좋아하는 산책 코스이기도 하다. 그곳은 영어로 간략하고 핵심적으로 대종사 십상에 대해 설명해 놓았고 벤치와 바위 그리고 나무가 있어서 그곳에 앉아 쉬면서 명상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걸으면서 100여 년 전 아시아의 변방 시골 마을에서 한 어린아이의 대자연에 대한 의심에서 시작한 사건이 지구 반대편 미국 뉴욕 시골 마을에 훈련원을 만들게 했다는 것이 참으로 기적과 같고, 그 기적과 같은 공간에 세계 교화를 위해 내가 서 있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행운인지를 새삼 느끼게 됐다.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소태산 대종사님의 포부와 경륜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크게 내 마음속에 다가온다. 다음 날 아침 그 일을 함께하는 미국 각지 선후진 도반들이 모여서 아침 좌선을 하는데, 그 기운이 선실을 가득 채우고 흡사 우주의 진공 속에 들어간듯했다.  훈련을 하는 이 기운으로 전 세계의 기운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 정도였다. 

처음 하와이에서 원달마센터에 오기까지는 아득히 멀고 험한 길이었다.하지만 멀리서 왔다고 반갑게 맞이해 주는 죽산 미국종법사님과 여러 선후진들의 관심과 격려로 묵었던 몸과 마음의 피로가 풀린다.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원달마센터의 기운을 가득 담아서 하와이 국제훈련원으로 돌아가면 그곳에서 교단 3대를 잘 마무리하고 4대를 힘차게 열어가겠다고 염원하고 다짐해 본다.

/하와이국제훈련원

[2023년 7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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