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진 교무
황현진 교무

[원불교신문=황현진 교무] “원불교 군종승인은 제2의 법인성사다.” 이는 원기 91년(2006) 군종승인 당시 좌산상사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지난 12주간 원불교의 여섯 번째 군종장교로서 군종장교 임관 교육을 받으며 원불교 군종승인은 정말로 기적임을 체험했다. 함께 훈련받았던 이웃종단 성직자 중에도 원불교가 군종에 들어와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었고, 교관들은 원불교 교무가 입대해 있음에도 군종승인을 받은 4개의 종단(기독교·천주교·불교·원불교)을 칭하지 않고 ‘기천불’만 언급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비록 원불교 군종이 가야 할 길이 멀게 느껴지고 부족한 느낌이 들 때도 있었지만, 이를 뒤집어 생각해보니 우리 원불교 군종은 앞으로 더욱 성장하고 채워나가는 보람 속에서 발전할 일만 남았다는 희망으로 다가온다.

과연 군종승인이 우연히 일어난 기적이었을까? 우리 회상의 법계 인증이 소태산 대종사의 지도 아래 9인 선진이 사무여한의 정신으로 간절히 올린 기도로 ‘이뤄낸 기적’이었듯, 군종승인 역시 교단의 정신과 염원과 실력이 뭉치고 뭉쳐 ‘이루어낸 기적’이다. 원불교에서 말하는 기적은 ‘어쩌다 보니 일어난 기적’이 아니라 ‘이루어낸 기적’인 것이다.

나 역시 군종장교로서 원불교 군종의 발전과 새로운 기적을 이루어내기를 염원하면서 두 가지 교화의 표준을 잡았다.

첫 번째는 한반도와 세계평화를 위한 진리적 불공이다. 한반도는 세계정세와 긴밀하게 얽혀있다. 만약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세계 대전으로 번질 수 있다. 이는 곧 한반도 평화가 세계평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가 종전국이 아닌 휴전국이라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세계평화를 염원하는 데 있어 가장 먼저 한국전쟁 희생 영령들의 원진과 원한을 풀고 해원 상생의 기운으로 나아가는 진리적 불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칠성교당에서 한국전쟁 희생 영령들을 위한 특별천도재를 진행해 오고 있었기에 그 맥을 이어서 정성을 들이기로 했다.

이러한 음계를 향한 법식(法食) 공양은 앞으로의 임지에서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군종장교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미력하지만 오래오래 계속한다면 언젠가 세계평화라는 기적을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두 번째 표준은 만나는 장병들을 위한 사실적 불공이다. 내가 군에서 원불교 군종장교로 근무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장병들에게 교법으로써 선한 영향력을 미치기 위함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좋은 법식을 잘 맞게 만들어 공양하는 일이 중요하다. 요리의 생명은 신선한 재료이듯, 교법이라는 신선한 재료를 매일매일 공수하기 위해서는 요리사인 내가 공부를 계속 해야 한다. 또한 교당에서 만나는 장병뿐만 아니라 함께 근무하게 될 장병들에게 한마디 말, 한 행동, 한마음, 한 표정에서도 교법 정신을 녹여내 간편하지만 영양가 있는 법식을 공양하고자 한다. 이 역시 속 깊은 마음공부를 해야만 가능할 일이다. 장병들을 위한 불공이 곧 나를 위한 불공이기에 그 기쁨은 두세 배가 될 것이다.

이제 막 시작하는 군종장교로서 부담도 되지만, 설렘과 기대감이 더 크다. 앞서 걸어가신 선배님들과 함께 호흡하며 배우고 정진하다 보면 나는 어떠한 법식 요리사가 되어 있을지 궁금하다.

/칠성교당

[2023년 7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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