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대학학보사 기자 시절, 필름 카메라는 귀하게 대접해야 할 공동의 재산목록이었다. 사진 담당 기자가 따로 있었고, 혹여 운 좋게 사진기를 사용할 수 있을 때면 이용일지를 꼼꼼히 기록해야 했다. 

흑백 롤 필름을 잘라 사용했던 카메라는 한 컷 한 컷 신중하게 찍어야 그나마 필름 소비를 줄일 수 있었다. 당시는 ‘디지털 카메라(DSLR)로 수백 장씩 찍을 수 있고, 이미지를 쉽게 삭제하며, 원하는 사진을 선택하는 지금’을, 상상도 못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찍은 필름 카메라는 암실(Dark Room)에서 직접 인화 작업을 했다. 기억을 새삼 떠올려 보자. 먼저 필름을 현상하기 위해 완전한 암흑상태에서 필름 현상탱크의 릴에 감는 작업을 한다. 약간의 빛도 필름에 영향을 주기에 암실에서 암백(Dark Bag)을 사용해 손의 감각으로 필름 통을 열고 필름을 현상용 릴에 감아 현상통에 넣는 작업이다.
 

필름 현상이 끝나면 확대기에 사진을 걸고 빛을 보내 인화지에 감광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인화지는 3개의 액이 있는 트레이에 넣어 차례로 현상을 한다. 인화지를 현상액에 넣고 이후에 고정, 세척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이 끝나야 인화지 위에 장면이 나타난다. 

매 순간을 신중하게 선택해 그중에 더 의미 있는 시간, 특별한 순간을 선별해서 찍어야 했던 시절, 그리고 한참을 기다리고 노력을 거쳐야 사진 한 장을 볼 수 있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손안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생활의 일부처럼 수많은 사진을 찍고, 편하게 원하는 사진을 선택해 저장하고 공유하는 요즘, 가끔 생각한다. 

‘내가 카메라를 가지고 사진을 찍고 그걸 현상하고 인화했던 시대는 말이야~.’ 그야말로 ‘라떼는 말이야~’가 된다. 그땐 그랬다. 

[2023년 7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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