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도관 교도
여도관 교도

[원불교신문=여도관 교도] 바야흐로 여론조사의 전성시대다. 매일 아침 포털에 올라오는 뉴스를 클릭하면 각종 여론조사 지표들이 화면을 채운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각 정당의 지지율은 기본이고, 특정 부처 장관의 용퇴 여부나 특정 사건의 수사 여부까지 여론조사 대상이다. 가끔 내 휴대전화를 깨우는 여론조사 전화를 접하면 뉴스 속 여론이 나와 다른 세상의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현대 민주국가에서 여론이 중요한 이유는 만 18세 이상의 모든 국민은 선거를 통한 정치 참여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민심이 정치권력을 바꾸고 정책 방향을 이끌며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까지 정할 수 있어 필연적으로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개인의 견해가 어떠하든 다수의 결정이 우선된다는 것에 모두가 동의하기에 나의 의견이 다수의 편에 있는지 항상 궁금하다.

여론이 움직이는 것은 정치적인 사안뿐만 아니다. 연예인의 행실에 댓글로 타박하고, 개봉 영화에 별점을 매기며, 배달 어플의 식당 평판도 어찌 보면 여론의 대상이다. 댓글 하나에 사업이 흥하고 망하는 시대가 되다 보니 이제 조그마한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도 여론에 신경을 써야 한다. 

여론재판이란 말이 있다. 특정인이나 특정 사건에 대해 대중이 심판하는 일을 말한다. 심판하는 일에는 책임이 따른다. 하지만 여론이 심판자 역할을 하는 순간, 잘못된 결말을 맺더라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대중은 여론이라는 방패 뒤에서 익명으로 돌팔매질을 한다. 그렇게 타인의 인생이 회복불능으로 망가지고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여론은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아 이동한다. 
 

삼학을 통한 훈련으로
근본을 깨우쳐
바른 생각을 세우는
힘을 기르자.

여론(輿論)의 여(輿)는 ‘수레’라는 뜻이다. 여론이라는 것이 세상이 돌아가는 분위기를 뜻하기 때문에 수레바퀴를 본뜬 여(輿) 자가 쓰였다고 한다. 그래서 여론은 돌고 돈다. 명절 가족들이 모인 제사상에도 여론이 돌고, 오랜만에 만난 동창 술자리에도, 힘든 일과를 마친 직장인들의 회식자리에서도 끊임없이 여론은 돌고 있다. 온라인 뉴스기사나 유튜브의 댓글창도 빠질 수 없는 여론의 공론장이다. 

수많은 의견들이 모여 여론이 형성되지만, 개인의 생각은 여론으로부터 영향 받아 또 다시 여론으로 강화되거나 약화된다. 각자 개개인은 인식할 수 없지만 우리의 생각은 여론의 수레바퀴를 따라 돌고 있다. 그래서 여론을 움직이려 댓글을 조작하거나 여론조사 질문을 교묘하게 설계해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몰아가려 시도한다. 같은 날 동일한 이슈로 보도된 보수 신문의 여론조사 결과와 상반된 결과의 진보 방송의 여론조사, 과연 무엇이 진짜 여론인가? 그리고 나의 생각이 정말 내 생각일까?

여론의 홍수 속에서 공부인으로서 올바른 판단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대종경> 인도품 8장에 곱씹어 볼 대목이 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말이 수레를 끌고 가는 것을 보시고 한 제자에게 물으시기를 “저 수레가 가는 것이 말이 가는 것이냐 수레가 가는 것이냐.” 제자가 사뢰기를 “말이 가매 수레가 따라서 가나이다.” 또 말씀하시기를 “혹 가다가 가지 아니할 때에는 말을 채찍질하여야 하겠느냐, 수레를 채찍질하여야 하겠느냐.” 그가 사뢰기를 “말을 채찍질하여야 하겠나이다.” 또 말씀하시기를 “그대의 말이 옳으니 말을 채찍질하는 것이 곧 근본을 다스림이라, 사람이 먼저 그 근본을 찾아서 근본을 다스려야 모든 일에 성공을 보나니라.”

여론을 무시하거나 외면해서도 안 되지만 여론이 만들어지고 여론을 이끄는 근본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고 비판 없이 여론을 쫓는다면 말 대신 수레에 채찍질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우리 공부인들은 삼학을 통해 부단히 훈련한다면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바른 생각을 세울 수 있는 힘을 얻을 것이다.

/강남교당

[2023년 7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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