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바다며 휴양지를 찾을 올여름, 집에 있는 반려동물이 걱정된다면?

펫호텔에 맡기고 떠나는 건 옛말, 이제는 펫비치, 펫수영장으로 ‘함께’ 떠난다. 강릉 안목해수욕장, 양양 송전해수욕장이 ‘펫비치’ 팻말을 내걸었고, 여기저기 ‘애견 펜션’, ‘강아지 수영장’이 생겨난다. 리조트는 수백 평짜리 ‘펫파크’를 조성하고, 휴게소는 애견 동반 식당과 반려견 놀이터를 설치해 ‘휴개소’로 거듭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의 뒤에는 반려 인구 1,500만명이 있다. 네 집 중 하나가 ‘또 하나의 가족’과 함께 사는 대한민국, 지금 우리 사회는 반려라이프 중이다.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우는 반려동물
반려동물, 얼마나 같이 살까. 가장 최근 현황은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 결과인 25.4%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15%로 나오기도 했지만, 그 밖의 조사인 한국반려동물보고서(2021, KB금융지주), 반려동물트렌드리포트(2020, 오픈서베이), 동물복지 정책 개선 방향에 대한 국민인식조사(2021, 어웨어), 반려동물 보유현황 및 국민 인식 조사 보고서(2018, 한국펫사료협회)에서 23.7~29.5%라는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에 25.4%와 반려인 1,500만이라는 숫자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민 넷 중 하나가 반려인이다 보니, ‘펫코노미’ 산업 규모도 자연히 커졌다. 2015년 1조9,000억원에서 2017년 2조3,322억원, 2019년에 3조원을 돌파했으며, 오는 2027년 6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본다. 6조원이라는 숫자는, 국내 법률시장과 대중문화예술산업(2020년), 캠핑용품 시장(2021년)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규모다. 육아용품 시장 규모를 뛰어넘은 건 오래전이다. 

반려동물은 흔히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운다’고들 한다. 사료, 장난감, 미용 등에 들어가는 한 달 양육비는 15만4천원, 치료까지 포함하면 월 18만7천원이다. 특히 보호자가 20대인 경우 월평균 6만원을 더 쓰고, 1인 가구도 2만원을 더 쓴다. 젊고 혼자 살수록 ‘댕냥이’에 돈을 많이 쓰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반려라이프에 대한 공감대와 부담을 덜고자 하는 정책 기조는 반가운 변화를 낳았다. 7월 6일, 정부가 반려동물들이 가장 많이 받는 100개 진료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지난해 국내 반려동물 키우는

가구 25.4%, 반려인 1500만 시대
한 달 양육비·치료비 18만7천원,

2027년 펫코노미 6조원 예상
반려동물 장례, 병원균 희생 가축 위령재,

로드킬 천도재 고민할 때

국민소득 3만 달러부터 반려동물 인격화
우리는 왜 반려동물들과 함께할까.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가 전통적인 가족 정의를 벗어나고 있으며, 삶에 대한 높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반려동물과의 삶을 선택한다고 본다. 반려 가구의 또 하나의 축을 담당하는 베이비붐세대는 은퇴 후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한 이유가 대다수다.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반려동물 문화는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시작하고, 3만 달러부터는 반려동물의 인격화에 돌입한다. 서병부 대구대 반려동물산업학과 교수는 “국내 반려동물 산업은 대부분의 육아 영역까지 침투했다”며 “가정 내 소통 부재를 완화해온 자녀를 대신하고 있는 만큼 반려동물의 역할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녀 그 이상, 적어도 자녀만큼의 애정이다 보니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사망)’을 건널 때의 충격과 상실감 ‘펫로스증후군’은 상상 그 이상이다. 연간 반려동물 장례만 8만 건, 전용 수의를 입혀 장례를 치르고 지인들에게 부고도 알리면서 가족처럼 떠나보낸다. 직장에 반려동물의 사망 소식을 전하고 연차를 내는 것도 낯설지 않다. 

자연히 종교적 장례에 대한 요구도 많다. 이에 ‘반려동물 천도재 잘하는’ 사찰이나 스님이 뜨고, 성공회에서는 추모식을 겸한 ‘반려동물 축복식’도 열린다. 원불교는 일체생령이 다 동포며 서로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로 보니, 반려동물도 천도 받을 대상이 된다. 이에 여러 교당에서 이미 반려동물 천도재가 열린 바 있고, 문의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생령의 날, 위령재 및 채식식단 확산 제안
또한 원불교는 구제역 등 바이러스 때문에 희생된 동물들에 대한 천도재 및 위령재를 지내기도 했다. 구제역이 특히 심각했던 2010년 평창교당에서 쏘아 올린 위로의 마음은 강원도종교평화협의회의 호소문에 이어 전 교단의 ‘병원균 희생 가축 위령재’로 확산됐다. 이후 5개 종단의 기자회견, 종교생명평화순례의 구제역 매몰지 순례 등 우리 사회 생명 경시 풍조를 넘어서기 위한 노력이 경주됐다. 2011년 3월에는 제184회 임시수위단회에 ‘1월 30일을 생령의 날로 정해 위령재 및 채식 식단을 확산시키자’는 안건이 제안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동물 찻길 사고 ‘로드킬’ 에 대한 위로도 제안된다. 2020년 로드킬로 죽은 동물은 1만5천107마리로, 같은 해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 수(3천81명)의 5배에 이른다. 가장 많은 희생 동물은 고라니(85%)이고, 다음으로 멧돼지(6%), 너구리(5%) 순이다. 특히 천연기념물 수달은 한해 100마리가 로드킬로 희생된다. 최근에는 자전거에 희생당하는 달팽이, 활주로의 비행기며 해상풍력기에 의해 새가 죽는 ‘스카이킬’에도 관심이 모인다. 

도심과 떨어져 있어 도로 이용이 많은 사찰은 로드킬 천도재에 적극적이다. 거제 금강사, 남양주 봉선사, 나주 심향사 등이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길고양이 등 학대 동물들을 위한 천도재 및 기도회도 눈에 띈다. 전국 곳곳에 교당 및 기관이 있으며, 일체생령의 불성을 존중하는 우리 교단은 이 반려라이프를 어떻게 봐야 할까. 1,500만 반려인 시대, 원불교는 어떤 감동과 위로가 되어야 할지 연마할 때다.

[2023년 7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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