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K-’의 시대가 진작 도래했다. K-로 시작되는 한국의 각종 콘텐츠는 비빔밥처럼 세계의 문화와 잘 버무려져 지구촌 사람들이 공감하고 열광하는 퓨전식 문화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금은 K-의 전성시대다.

이에 근거한다면 원불교 역시 K-종교를 표방할 여러 요건을 잘 갖추고 있다. 창교 당시부터 사상적으로는 불교에 기반하면서도, 정서적으로 유교의 공경과 정성을 잘 담아냈고, 수행적 측면에서는 도교의 자연철학을 잘 녹여낼 뿐만 아니라, 제도적 측면에서는 기독교의 현대성을 잘 수용함으로써 실용성과 합리성을 잘 갖춘 종교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전산종법사는 37일 일정으로 유럽과 미국을 순방하고 돌아왔다. 특히 이번 순방에서는 들르는 곳마다 현지인들과 자연스럽게 문답감정 법회를 진행함으로써 좋은 반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곧, K-원불교를 세계인들에게 전하기 위해 힘쓴 흔적의 일면을 엿볼 수 있어 긍정적이다. 이런 노력이 ‘찾아가는 종교’, ‘찾아오도록 하는 종교’로의 전환점이 되고, 원불교의 탈권위적 실용성이 향후 K-원불교의 방향이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아직 K-원불교의 정체성은 뚜렷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108년이란 역사 속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과 모범적 종교역할에 대한 평가를 다수 받고 있긴 하지만, 기존 종교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함으로 인해 시대적으로 종교냉소주의와 탈종교시대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지금은 K-원불교의 전환점, 곧 ‘소태산의 혁신’에 바탕하지 않으면 안 될 위기상황에 닿아있다. 

우리는 그 근거를 초기교단, 소태산이 <조선불교혁신론>에서 제시한 ‘시대화·생활화·대중화’로 발판 삼아야 한다. 왜냐하면, <조선불교혁신론> 발행(원기20년) 이후 지나온 90여 년의 세월은 급격한 물질문명의 발달과 정신문명의 전환으로 인해, 세계사적으로 유례없는 가치충돌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K-원불교의 시대화’는 젊은 세대로 대변되는 MZ세대의 가치관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종교권위보다는 탈종교적 영성에 다가서고, 수동적 참여자보다는 자기 이야기에 더 비중을 두는 자발적 참여자의 자세 등을 고려한 시대성을 담아내야 할 것이다. ‘K-원불교의 생활화’ 역시 고정되고 경직된 11과목 중심의 가르침을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활용할 수 있는 ‘재미있는’ 공부법으로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 ‘K-원불교의 대중화’에 있어서도 교당이 문턱을 낮추고, 일요일 정례법회를 확장해 문답감정 법회를 강화하고, 소규모 맞춤교화가 이뤄지는 등의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명 종교학자인 오강남 교수와 한국의 대표 지성 백낙청 교수가 ‘K-종교’로서의 원불교에 주목한 글과 영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K-원불교의 기회다.

[2023년 7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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