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혜 사무처장
조은혜 사무처장

[원불교신문=조은혜 사무처장] 결국, 12만5,000년 만에 가장 더운 지구에 살게 됐다. 2023년이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이라 경고했던 기상학자나 과학자들도 깜짝 놀랄 정도로 예측보다 이르다. 7월 초 ‘지구 현대사에서 가장 더웠던 3일간’ 지구 평균 기온을 연일 갱신하는 ‘통제 불능’ 상태를 맞이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지난 2021년 한국갤럽과 국제여론조사네트워크 윈(WIN)이 세계 34개국에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지구 가열화(Global Heating)가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이다’라는 질문에 평균 85%가 동의했다. 국가별로는 한국이 무려 94% 동의를 기록해 베트남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인식을 보였다. 그러나 ‘좀 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살고자 하는 행동 변화가 부족함을 종종 깨닫는다’는 고백도 81%나 됐다. 또 2022년 <시사IN> 조사를 보면 기후변화를 악화시킨 책임은 대기업(81.8%)과 정치권(74.2%)이 크다고 생각하는데 기후 위기 해결에 앞장서는 국내 기업은 없거나 모른다(76.3%)고 한 응답이 많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환경 등을 중시하는 ESG 경영을 내세우고 ‘친환경’ 제품과 기업활동을 홍보하는 광고가 쏟아져 나오지만, 위장 환경주의로 비판받는 그린워싱(Green Washing)에 머물고 진정성 있는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전> 제3 수행편 제8장 참회문에서 비유하듯 “큰 솥 가운데 끓는 물을 냉(冷)하게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 위에다가 약간의 냉수만 가져다 붓고, 밑에서 타는 불을 그대로 둔즉 불의 힘은 강하고 냉수의 힘은 약하여 어느 때든지 그 물이 냉해지지 아니함”의 반복이다. 

이제 우리는 지구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한 ‘불 끄는 노력’과 함께 1.5℃ 너머, 회복 불능이 된 기후 위기에 ‘적응’하며 사는 법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코로나19 팬데믹 다음으로 찾아올 지구촌 재앙은 식량난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빈번해지고 있다. 생태학살을 동반하는 개발 중심 사회가 퇴출되고 자연과 하나 되는 자족하는 삶이 회복되는 흐름에 동승해야 한다.

그 시작으로 기후 위기 시대의 생태적 사고와 관계적 삶을 찾아 떠나는 일탈을 꿈꾼다. 기후 우울증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현재를 견디느라 생태 면역이 절실한 사람들, 생명 공동의 집 지구생태계를 되살리는 은혜의 관계를 느끼는 시간에 목마른 사람들, 내 안의 영성을 깨우고 생명체들과 호흡하며 인간과 비인간을 횡단하는 다종적 공존을 이야기하는 생태교리가 궁금한 사람들과 새롭게(新) 연결하는(繕) ‘신선한 공동의 집’을 지어보려 한다. 

첫 집터는 수락산 ‘인과의숲’이다. 2020년 5월,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와 폐건축 자재 등으로 메마르고 척박한 돌밭이었던 곳에 자두, 복숭아, 대왕대추, 불두화, 헤이즐넛 등 530여 종의 생명을 뿌렸다. 3년이 지난 지금은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성한 어린 숲이 됐다. ‘자연과 인간을 연결하는 인과의숲’을 이룬 곳에서 ‘일원으로 만나는 지구생태계’와 오감으로 대화하는 생태교리 워크숍(8월 9~11일, https://bit.ly/신선한공동의집)을 시작한다.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는 날씨를 오롯이 견디며 초록한 생명력을 잃지 않고 열매를 영글고 있는 퍼머컬쳐 숲밭의 건강한 먹거리와 디지털 디톡스로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실천은 덤이다.

/원불교환경연대

[2023년 7월 12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