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균(광일)
윤덕균(광일)

일원 42상(불혹 상): 왜 하수구 뚜껑은 원형인가?

세계 최고의 IT 기업인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입사 시험 문제가 창의적이기로 유명하다. 그 입사 시험 문제 중 “왜 하수구 뚜껑은 원형이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있었다. 본 문제에 대한 직관적인 해답은 “4각형의 하수구 뚜껑은 대각선 방향으로 떨어질 때, 밑으로 빠지기 쉽다. 그래서 하수구의 덮개는 원형으로 되어 있다. 원형의 하수구 뚜껑은 어느 방향으로 떨어져도 하수구 안으로 떨어지지 않는다”이다. 이것이 상징하는 것은 ‘일원상을 믿으면 유혹에 넘어가지 않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만이 정답의 전부는 아니다.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이렇다. 원형은 위에서 가해지는 압력이 고루 퍼지기 때문에 직사각형의 뚜껑에 비해 하수구가 깨지는 걸 방지할 수 있다. 하수구 뚜껑을 직사각형으로 만들 경우, 모서리가 깨지기 쉽다. 날카로운 모서리에 작업자가 다칠 수도 있다. 

또 다른 이점도 있다. 원형 뚜껑은 방향을 타지 않기 때문에, 뚜껑을 닫을 때 방향을 의식하지 않아도 돼 작업 능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원 43상(폴로 사탕 상): 폴로 사탕이 일원상을 갖는 이유는?

폴로 사탕은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동그란 모양에 시원한 맛이 나는 구취 제거용 사탕이다.

눈처럼 하얗고 가운데 부분이 동그랗게 비어있는, 이 특유의 일원상 사탕의 탄생 비화는 어린이에 대한 사랑에서 출발한다. 2007년 1월 3일 로이터 TV 보도에 따르면, 뉴질랜드에서 우유 탱크로리를 몰던 운전사가 사탕이 목에 걸리는 바람에 주택 3채를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주민들은 쿵 하는 소리에 바깥으로 나가봤고, 탱크로리가 주택 안방을 뚫고 돌진해 있었다고 말했다. 우유 2만 5천 리터를 싣고 가던 탱크로리 운전자의 목에 사탕이 걸리면서 질식으로 인한 사고가 났던 것이다. 이처럼 어른도 사탕이 목에 걸려 사고가 나는데, 어린이 질식사고는 비일비재할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먹기 위해 만든 눈깔사탕이 사람의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질식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창의적으로 개발된 것이 일원상 모양의 폴로 사탕이다. 이 사탕의 특징은 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어 목에 걸려도 숨이 막히지 않아 질식사를 방지한다는 것이다. 

어린이 목에 사탕이 걸렸을 때는 손가락을 넣지 말고 등을 두드려 빼내야 한다. 가능한 119에 빨리 신고하고, 막힌 사탕을 최대한 빨리 제거해야 한다. 응급상황에서 음식물을 빼내는 방법에는 나이에 따라 등 두드림 법과 하임리히요법이 있다. 등 두드림 법은 영아의 경우 한쪽 팔에 엎드린 자세로 올려놓고 얼굴을 지탱하고, 어느 정도 자란 유아는 무릎을 세워 허벅지로 엎드린 아이의 명치를 압박하는 방법이다. 이어 머리를 낮게 한 상태로 등 가운데를 손바닥으로 4~5회 두드려야 하며, 이때 복부 장기가 손상되지 않도록 힘 조절이 필요하다. 

큰 어린이나 성인의 경우에는 하임리히요법으로 음식물을 빼낸다. 그 사람의 뒤쪽에서 양팔로 안아 명치끝 부위에 한쪽 주먹을 댄 채 복부를 위쪽으로 압박하면 된다. 이 방법을 시행할 수 없을 때는 옆으로 눕히거나 앉아서 구부린 자세로 등 두드림 법을 시행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최고의 예방법은 어린이에게는 알사탕보다는 가운데 구멍이 있는 고리 모양의 일원상 사탕을 먹이는 것이다. 그게 지혜다.
 

일원 44상(낙법 상): 고양이가 10층에서 떨어져도 안전한 이유는?

1965년 런던에서 고양이의 위험천만한 착지가 기록됐다. 11층 높이(약 40m)에서 사고로 추락한 고양이가 놀랍게도 외상을 전혀 입지 않은 것이다.

고양이에게는 고소 추락 증후군이 있다. 이는 2층 높이 이상에서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고양이는 호기심 많고 집중력이 높아서 새나 벌레, 나뭇잎 등 움직이는 물체를 보고 잡기 위해 아래로 뛰어내리는 경우가 흔하다. 고양이 고소 추락 증후군에는 놀라운 사실도 있다. 우선, 높은 생존율이다. 낙상 자체 때문에 24시간 안에 사망하는 경우는 드물고 적절한 처치만 받는다면 생존율이 90% 이상이다.

고양이의 낙하 능력은 탁월하다. 사람은 떨어질 때 상대적으로 무거운 상반신, 즉 머리부터 떨어지므로 위험하다. 그러나 고양이는 다르다. 공중에서 불안정한 자세로 낙하할 때, 고양이는 우선 머리와 가슴을 틀고 하체를 틀어 자세를 잡는다. 이렇게 몸을 트는데 약 0.2~0.5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등을 일원상 모양으로 굽히고, 네 다리를 아래로 쭉 펴서 충격을 분산시킨다. 고양이 낙법의 요체는 가능한 한 몸을 일원상에 가까운 모습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낙법은 유도에서 활용된다. 유도 낙법의 요체는 몸을 가능하면 둥글게 일원상 형태로 만들어서 공이 굴러가듯 굴려서 몸에 미치는 충격을 분산시키는 데 있다. 여기서 배울 수 있는 일원상 진리가 있다. 추락 등과 같은 난제의 상황에서도 유도처럼 유연한 둥근 마음으로 위험을 분산한다면 해결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양대학교 명예교수·중곡교당

[2023년 7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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