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혹시 이 물건을 아실런지. 바늘을 눌러 밀기 위해 둘째 손가락 끝마디에 끼우는 바느질 도구, 헝겊이나 종이를 여러 겹 포개 붙여서 만들어진 이것은 보통 반달 모양이다. 손끝이 바늘귀에 찔리는 것을 막고, 혹여 손에 땀이 찰 때도 이것을 끼면 바늘이 곧잘 잡힌다. 바로, 바느질하는 여성들의 필수품인 골 무다. 

여름이면 흰 모시옷에, 이불 청이며 방석, 양말, 심지어 속옷까지 알뜰히 꿰매주던 부모님 곁엔 반짇고리가 늘 자리했다. 그중 유독 눈에 띄었던 ‘꽃 자수 골무’, 내겐 부모님 향한 아련한 그리움 속 물건이다.

기실, 골무의 시대가 저무는 듯해도 변함없이 애용되는 골무가 있다면, 바로 엄지에 끼는 ‘사무용 골무’가 아닐까. 고무로 만든 사무용 골무는 분명 서류를 넘기기 쉽도록 제작되었을 터. 은행원이나 우체국 접수창구 직원이 연상되지만, 이 골무를 제일 애용하는 직업은 바로 ‘판사’라고 한다. 초임 판사부터 대법관까지 모든 판사들의 엄지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골무, 그런데 골무의 변신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모바일 게임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화면과 손가락의 마찰을 줄여주는 이른바 ‘게이밍 골무’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시대 따라 화려하게 부활한 물건을 또 꼽는다면, ‘토시’가 아닐까. 학창 시절 미술 시간에 물감이 묻지 않도록 소매에 착용했던 토시는 본래 방한·방서용으로 팔목에 끼는 물건이었으니, 한자어로는 투수(套袖)다. 옛 어른들에게 토시는 한여름 저고리 소맷부리에 땀이 묻지 않고 시원한 바람이 잘 들어가도록 하는 구실을 했다. 

전통 토시는 사라졌지만 시대화의 물결 속에 토시는 재등장했다.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한 토시부터 더위를 쫓는 이른바 쿨(Cool)토시 등 실용적인 토시가 애용되고 있고, 알록달록한 패션 소품으로 활용하는 토시까지, 디자인도 기능도 다양하다.

바느질의 필수품에서 판사의 필수품이 된 골무, 한여름을 이겨낼 기능성을 더해 패션 소품으로 부활한 토시. 변화하는 세상, 고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2023년 7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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