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은
이보은

[원불교신문=이보은] 학교 부적응과 비행을 일삼는다는 아들을 양육하는 A님은 당장 마법같은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주문한다. 상담 대부분을 자녀의 문제점을 나열하고,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 호소하며 ‘저 녀석 때문에 이런 곳에 오게 된 것’이 수치스럽다는 듯이 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가고 싶어한다.  

A님에게 ‘아들을 보고 싶다’고 했지만, “학원을 가야 하니 여기 올 시간이 없다”고 해서 멈칫했다. 상담실을 찾은 계기가 아들이 학교를 관두고 싶다고 해서인데 학원은 간다고? 흠… 그러면 나는 아들도 모른채 아버지 눈에 비친 아들의 모습만으로 비책을 내놓아야 하는구나!

정리해봤다. A님은 아들에 대해, ‘내가 얼마나 어렵게 공부해 이 자리까지 왔으며, 자식을 위해 온갖 꼴을 참아내며 해달라는 것 다해주고 있는데 학교를 안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아들이 학교를 그만둔다니 이런 날벼락이 없고, 내 자식이 이런 문제아였다니 하는 생각에 울분이 폭발했던 것이었다.

나는 평소 일원상서원문을 읽으며 ‘소태산 대종사님이 상담공부를 하셨을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상담 장면에 딱 맞는 비법이 들어 있어서 A님의 사례를 적용했다.  

첫째, A님은 ‘사리를 원만하게 아는 공부를 지성으로 하는 것’이 필요한 분이었다. 일단, 코로나19 이후의 학업중단 비율을 함께 알아봤더니, 중고등학교 학업중단 학생은 2020년 3만2027명에서 2021년 4만2755명으로 33.6% 급증했다. 이는 학교를 가지 않아도 수업이 이뤄지는 것을 경험한 아이들이 등교를 귀찮아하면서 벌어진, 전 세계적인 교육붕괴 사태의 맥락으로 볼 수 있었다. 결국 아이는 A님이 걱정하던 ‘탈선하는 자퇴자’가 아니라 환경변화에 적응을 어려워하는 것으로 봐야 했다. 그리고 청소년기의 특성을 이해하며 ‘사춘기 애들이 다들 이런 행동을 하는구나’에 안도하고 아들에 대한 시각을 수정하게 됐다.

둘째, A님은 ‘심신을 원만하게 수호하는 공부를 지성으로’하기로 했다. 특히 아들의 학업중단에 대해 폭발했던 점에 주목하고 A님의 학교에 대한 가치관 등을 탐색했다. 학비가 밀려 선생님께 질책받던 기억, 생계를 위해 중학생 시절부터 시작했던 신문 돌리기, 식당 심부름을 하며 친구와 마주쳤던 수치감, 야간대학 출신이라 느끼는 열등감 등의 문제들을 꺼내면서 비로소 내담자가 아들이 아닌 A님이 됐다. 이런 과정을 거치니 새로운 이해가 가능했다. 학교 안가겠다는 아들이 학원은 간다는 것은 학업을 그만두고 싶어서가 아닌, 단지 학교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셋째, ‘심신을 원만하게 사용하는 공부를 지성으로’하며 양육태도의 변화를 열심히 실천했다. 문득 아들이 방문한 날, 아빠에게 기대하는 변화를 질문하고 이를 토대로 자녀와의 대화법, 구체적 양육태도를 연습하며 상담을 마무리했다. 또한 A님은 자신의 결핍감을 스스로 해소하고 성취할 수 있도록 대학원을 가기로 하면서 자신의 심신을 원만하게 수호하는 방법을 찾았고, 아들은 늦은 나이에 도전하는 아빠를 새로운 눈빛으로 보게 됐다.

일 있을 때마다 매번 비법을 찾아 헤매지만, 실상은 우리가 매일 독경하는 그 속에 비법이 있음이었다. 

/둥근마음상담연구센터

[2023년 7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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