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관광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언어소통이 어렵다’, ‘교통체증이 심하다’, ‘관광안내와 표지판이 부족하다’.

한국 여행에서 불편한 점이 있는지 묻자 외국인들은 이렇게 답했다. 2009년이었다. 이 밖에도 바가지요금과 불친절한 서비스를 단점으로 꼽은 외국인 여행자들, 당시 ‘한국 여행 중 불쾌하거나 곤란했던 적이 있다’는 응답에 무려 35%가 ‘그렇다’고 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2019년, 인도네시아의 무슬림 인플루언서 무하마드 누르 몰라나는 말했다. “한국에 가 보니 이슬람 사원들이 멋지게 지어져 있고, 곳곳에 기도실도 할랄 레스토랑도 마련돼 있었다. … 한국 여행의 장점은 3시간도 떠들 수 있다.” 

 

인바운드 시장, 24년째 연평균 6.6% 성장
10년 만에, K-관광 판이 바뀌었다. 이미 1999년부터 한국의 내한관광시장은 연평균 6.6% 성장해왔다. 지금 여행지로서 한국의 위상은 한 손 안에 꼽힌다. 2022년 에어비앤비(세계 숙박공유 서비스)가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미국 제외), 태국 방콕, 호주 시드니, 스페인 말라가에 이어 한국 서울이 네 번째로 많이 검색됐다. 세계는 지금,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 

K-관광 열풍은 국가 이미지와 순영향을 주고받는 ‘믿음의 벨트’다. 2021년 외국인들에게 한국 국가 이미지를 물었을 때 긍정 답변 80.5%는 역대 최고치였다. 좋은 요인으로는 K-팝과 영화 등 문화(22.9%), 제품·브랜드(13.2%), 경제수준(10.2%), 문화유산(9.5%), 국민성(8.6%) 순이었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음식(50.4%)가 무려 K-pop(49.1%)과 영화(44.4%)를 근소하나마 앞질러 주목을 받았다(2020 국가이미지조사보고서). 

우리 관광의 장점은 무엇일까. 대부분이 먼저 ‘치안’을 꼽는다. 이른바 K-치안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소매치기가 없고 지하철을 비롯한 대중교통도 밝고 안전하다. 여성이나 노인들이 밤늦게 돌아다녀도 괜찮고, 초등학생들도 혼자 등하교를 할 수 있는 드문 나라. 여기에, 늦게까지 놀거리가 펼쳐지는 것 또한 매력 포인트다. 

한국 여행의 또 다른 장점은 벌레 없는 숙소다. 개인 침낭도 상비약도 필요 없는 여행은 K-관광의 큰 자산이다. 또한 저렴하고 편리한 대중교통, 한강이며 해수욕장에서도 주문 가능한 배달문화, 대리운전 서비스도 좋은 여행 포인트다.

한국인의 정신, 즉 K-마인드와 K-스피릿도 한몫한다. 한국인의 정직함은 워낙 유명해서, 공공장소에 가방을 두고 자리를 비우거나, 집 앞에 택배 상자가 가득 쌓여 있어도 절대 손대지 않는 상황이 SNS에 종종 올라온다. 또한 한국에서는 길을 물으면 모두들 친절하게, 영어로 답해준다고 알려져 있다.
 

에어비앤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이 검색한 ‘한국 서울’ 

 

외국인관광객,
숙소·대중교통·배달문화·대리운전에 감동

 

수요·수익성 높은
무슬림과 의료관광 주목…세계교화 힌트

출처: 한국관광공사 K관광 홍보영상 챌린지코리아 Battle of K-food 편.
출처: 한국관광공사 K관광 홍보영상 챌린지코리아 Battle of K-food 편.

끝없는 포토스팟, 춤으로 표현하는 나라
이렇다 보니, 다시 열린 하늘길이 한국 여행의 꿈을 싣고 날아온다. 올해 1~3월 내한 외국인 관광객은 171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분기(384만명) 대비 44.6%를 회복했다. 이미 코로나 상황 이전보다 입국이 늘어난 곳은 미국과 싱가포르, 호주, 독일, 몽골, 프랑스인데, 특히 싱가포르는 1.5배 이상 빠르게 성장했다. 

K-컬처 바람을 제대로 탔으니, K-관광이라는 호랑이는 포효를 준비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3년을 ‘관광대국의 원년’으로 삼고, 목표를 2027년 관광객 3,000만명, 수입 300억 달러, 여행일수 15일로 잡았다. 참고로, 이제까지의 내한 외국인 최고 기록은 2016년 1,724만명이다. 

유튜브에서 한국 여행은 K-푸드 콘텐츠가 풍부하며, 장소로는 경복궁, 북촌한옥마을, N서울타워, 명동 그리고 홍대나 강남의 밤거리를 즐기는 영상들이 눈에 띈다. 우리나라는 홍보 영상으로도 ‘열일’ 중이다.

우리나라는 몇 년 전 ‘범 내려온다’ 등으로 ‘대박’을 친 데 이어 새로운 시리즈도 내놨다. 6월 26일 공개된 ‘Challenge Korea(챌린지코리아)’ 시리즈에서 이정재 배우는 한국을 ‘끝없이 쏟아지는 포토스팟’,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나라’,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는 나라’, ‘엄청난 에너지를 춤으로 뿜어내는 나라’로 소개한다. 
 

유튜버 ‘테이스트서울굿’은 미륵사지 축제와 함께 익산 명소로 고스락, 교도소세트장을 소개했다.
유튜버 ‘테이스트서울굿’은 미륵사지 축제와 함께 익산 명소로 고스락, 교도소세트장을 소개했다.

무슬림 기도실, 포크프리식당, K-관광섬
자연히 K-관광 붐에 탑승하려는 걸음도 재다. 최근 주목받는 두 개의 뚜렷한 흐름은 무슬림과 의료관광이다. 세계인구의 25%인 19억 명 무슬림을 위해 롯데월드와 코엑스에 기도실이 마련됐고, 날로 늘어나는 의료관광객들을 위해 건강검진 적금상품, 단체 의료관광 전세기를 도입하기도 했다. 전라남도는 중동에 팸투어와 돼지고기가 없는 ‘포크프리식당’을 알리고, “전남 관광지에 기도실 확보가 어려울 경우 임시 기도실로 버스를 마련하겠다”고까지 했다. ‘가고 싶은 K-관광섬’으로 거문도, 말도·명도·방축도, 백령도, 울릉도, 흑산도를 선정해 500억 원을 투입하고, ‘소원이 이루어지는 전설 속 K-사찰’과 같은 스토리텔링도 이어간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속속 여행하는 K-관광 황금시대, 원불교는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여행 포털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에서 ‘익산’을 검색하면 5개의 ‘Do(할 것)’이 나온다. 중앙체육공원과 미륵사지석탑, 미륵사지박물관, 교도소세트장 그리고 원불교역사박물관이다.

많은 여행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의 순위나 노출은 후기와 별점 등 참여로 결정된다. 우리와 관련한 명소나 프로그램 등 여행콘텐츠를 돌아보고, 어떻게 얼마나 알려져 있는지 챙겨보자. 그 가운데 K-종교의 미래, 세계교화의 힌트도 있을 것이다.

[2023년 7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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