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조 교도 / 영등교당
김법조 교도 / 영등교당

무조건 ‘감사합니다’

지금부터 33년 전, 내 발로 원불교 영등교당을 찾아간 일을 나는 평생 살면서 가장 잘한 일로 꼽는다. 그날 첫 법회에서 일상수행의 요법을 읽는데 그중에서 5조인 ‘원망 생활을 감사 생활로 돌리자’는 말이 가슴에 콕 박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그 법문을 가장 좋아하는 법문으로 마음에 담고 살고 있다.

7년 전, 2016년 7월 31일 한여름의 일이다. 평소 강원도 인제 자작나무 숲에 가고 싶어 했던 나는 휴가법회 기간을 틈타 몇 분의 교도님을 모시고 강원도로 향했다. 새벽 2시에 익산에서 출발해 이른 시간부터 자작나무 숲 등산을 하니 너무 좋았다.

그렇게 구경을 잘하고 점심까지 잘 먹고 다시 익산으로 출발해 오던 중의 일이다. 휴게소에서 쉬었다가 차를 주차한 곳으로 돌아와 차와 차 사이에 들어선 순간, 후진하던 옆 차가 나를 보지 못하면서 내 발목 위로 자동차 타이어가 그대로 지나갔다. 순식간이었다.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119 구급차가 왔고, 나는 경희대 부속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병원으로 향하는 내내 마음속으로 무수히 빌었던 것은 ‘사은님, 설령 걷지 못하더라도 머리에는 이상이 없게 해주세요’였다.  검사를 했더니 천만다행, 머리(뇌)는 괜찮을 것 같다고 한다. ‘사은님, 감사합니다’를 얼마나 수없이 외쳤는지 모른다. 

눈가에 시퍼렇게 멍이 들고, 부러진 다리는 퉁퉁 붓고…. 몰골이 말이 아닌 모습으로 ‘감사하다’를 연발하는 나에게 사람들은 ‘도대체 뭐가 그렇게 감사하냐’고 자꾸만 되물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큰 사고가 아니기에 살아있을 수 있어서 감사했고, 머리를 다치지 않고 다리만 부러졌으니 감사했고, 그냥 다 감사했던 것 같다.

그날 이후, 나는 매일 차에 타면 마음속으로 ‘감사합니다’를 세 번 외치고 운전을 시작한다. 나에게 감사 생활은 ‘무조건’이 됐다. 어떠한 상황이 와도, 감당하기 힘든 일이 닥쳐도, 무조건 ‘감사합니다’를 되새기면서 또 하루를 무사히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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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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