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10년 전 담낭암과 위암이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을 때도 김도훈 교도(고창교당)은 태연했다. 오히려 식구들에게 “금방 치료하고 나올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를 전했다. 그렇게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김 교도는 신앙의 힘이 컸다고 말한다.

“원불교 신앙생활을 하면서 크게 안정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번거롭고 복잡한 세상 속에서 크게 숨 한번 내쉬고 다시 바라보는 여유도 생겼죠. 다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그런 그가 지난해 7월 ‘미만성 큰 B세포 림프종’이라는 암에 걸려 다시 수술하게 됐다. 재발이 아니라 다른 암이 또 생긴 것이다. 더구나 암세포가 소장과 방광 사이에 위치해 무척 까다로운 수술을 해야 했다. 그래서 의사들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 

“어려운 수술인데, 10년 전 저를 집도했던 그 의사분이 다시 수술을 맡아주신다고 했어요. 너무나 고마웠죠. 그러면서 제가 많은 은혜 속에 산다는 것을 더 느끼게 됐습니다.” 

또 오른 수술대 위에서 그는 여전히 침착한 마음을 챙겼다. 그런데, 이번 수술은 심상치 않았다. 소장을 25㎝나 절제했고, 방광을 긁어내는 대수술을 하면서 수술 중 이물질이 들어가 다시 개복해 제거 수술을 해야 했다. 또 바로 봉합하지도 못해 수술 부위를 열어 둔 채 며칠을 지내야 했다. 3번의 수술과 5번의 봉합 과정을 거쳐 치료를 마쳤을 때, 체중은 19㎏이나 빠져있었다. 육신의 고통은 어떠하며, 마음은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지만 그는 다시 마음 안정을 챙기기에 힘썼다.

“수술을 마치고 요양 생활을 하면서 교도님들의 방문과 위로가 큰 힘이 됐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한 가지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요.”

그 뒤로 김 교도는 보은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장학재단을 만들었다. 그의 호 ‘안연’을 딴 ‘안연장학재단’. 퇴직 전까지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었던 그는 자신의 평생 생업이었던 교육의 길에 또 다른 교육사업을 이어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받은 만큼은 꼭 세상에 베풀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사업을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평생을 교육에 힘쓰며 살아왔습니다.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교육과 또 다른 보은을 시작해 보려 합니다. 보은하며 살 수 있게 돼 그저 기쁘고 감사할 뿐입니다.”

[2023년 7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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