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균(광일)
윤덕균(광일)

일원 47상(이글루상): 에스키모가 이글루를 반구형으로 짓는 이유는?
에스키모인들이 이글루를 반구형으로 짓는 이유는 열 손실이 가장 적은 형태의 집이기 때문이다. 이는 성당을 돔형으로 짓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이글루는 눈으로 만든 블록이나 얼음을 쌓아서 만든 집이다. 1년의 대부분이 눈과 얼음으로 덮인 툰드라 지방에서 생활하는 에스키모인의 지혜가 묻어나오는 훌륭한 집이다. 이글루는 얼음을 잘라내 쌓고 이글루 안에 불을 피워 녹이고 불을 꺼서 얼린다. 얼음과 눈덩이로 둥글게 만드는 것이다. 단단해진 눈을 벽돌 모양으로 잘라 꼭대기로 갈수록 점점 작아지는 돔 모양이 되게 나선형으로 쌓아 만든다. 또 꼭대기에 구멍을 만들어 안의 공기를 신선하게 유지하며, 입구는 터널 모양으로 만들어 찬 공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이글루 안에 물을 뿌리면 그 물이 응고하면서 열에너지가 발생하고, 그 열에너지 때문에 안은 따뜻해진다. 

내부 구조는 주거용·대기실·식료품 등의 저장 창고 등으로 나뉜다. 주거용에는 바다표범 등 몇 장의 동물 가죽 등을 깔기도 하고, 불을 이용해서 취사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글루 안에서 불을 피우면 실내온도는 20~25도 정도로 꾸준히 유지된다고 한다. 벽 자체는 차가워서 안에서 피운 불에 녹았다가 어는 것을 반복하기 때문에 집 내벽 전체가 큰 얼음덩어리처럼 되면서 더더욱 확실히 단열되는 효과가 있다. 

2차원적으로는 원형이, 3차원적으로는 구형이 가장 효율적인 구조다. 부피에 비해 표면적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열 손실도 그만큼 적다. 그런 측면에서 열효율을 추구한다면 에스키모의 이글루가 원형이나 구형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아치형 일원상은 힘을 분산시켜
길고 튼튼한 다리를 만든다.

일원 48상(아치상): 고대 다리를 아치형으로 만든 이유는?
고대의 많은 다리가 아치형으로 만들어진 이유는 아치형 일원상은 힘을 분산시켜 중간 기둥을 세우지 않고 더욱 길고 튼튼한 다리를 만드는 것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아치형 다리의 개발과 사용은 기원전 2500년경의 인더스 문명과 관련돼 있다. 메소포타미아인, 이집트인, 수메르인, 중국인, 그리고 현재 유럽에 남아 있는 아치형 구조의 건축물 대부분은 에트루리아인과 로마인이 만들었다. 아치형 구조의 로마 시대 다리와 수로는 오늘날에도 유럽과 중동의 많은 도시에서 볼 수 있다. 

본래 기본적인 아치형 설계는 빔을 반원형으로 구부린 모양으로, 구부린 모양이 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강한 교대(橋臺)가 한쪽 끝에 설치됐다. 또 전통적으로 석조 아치는 서로 완벽하게 들어맞도록 정교하게 만들어진 쐐기 모양의 벽돌로 축조됐다. ‘홍예석’이라고 알려진 이 벽돌들은 중앙의 수직 쐐기돌에서 아래쪽의 수평으로 된 기반부에 이르기까지 점차 곡선이 된다. 다리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무게는 아래의 쐐기돌로 분산되고, 이 에너지는 쐐기 형태를 따라 홍예석으로 전달되어, 측면의 곡선을 따라 힘이 전달되도록 한다.

초기의 아치(반원형)는 받침 장치로, 우리가 오늘날 생각하는 것과 같은 형태가 아니었다. 받침대는 돌을 지지하는 돌출부에 해당한다. 그것은 캔틸레버의 단순한 예다. 이러한 아치는 양쪽에서 점차 받침대를 쌓아 올려 수평으로 접합시키고 중간 지점에서 만나게 된다. 양쪽이 만나는 꼭대기에는 관석을 올렸다. 로마인들은 돌을 서로 접합시키는 시멘트 재료의 발명에 힘입어 아치형 구조의 건축 기술을 보다 정교하게 개선했다. 

아치는 하중을 돌 사이의 압축력으로 견디는 원리로, 마지막에 끼우는 종석이 아치 작용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구조물 위에서 누르는 힘(수직압력)이 아치의 축선을 따라 좌·우로 나누어 분산된다. 옆의 부재는 또 그 옆의 부재로 힘을 전달하고 그러면서 각각의 부재는 점점 수직 방향에서 수평 방향으로 힘의 방향이 변하게 되면서 아치 벽돌들끼리 서로 맞붙게 되고 이 형태를 지탱하게 하는 구조적 작용을 하게 된다.

/한양대학교 명예교수·중곡교당

[2023년 8월 9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