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나의 진료 시간은 연구하는 시간이다. 현대의학은 질병 진단이 되면 진료지침에 따라 일정한 약을 쓰면 되지만, 한의학은 환자 특성에 따라 처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질병명은 앞으로 환자의 상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알아야 하므로 한의사에게도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처방을 내려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

한약으로 병이 치료되는 원리는 기울어져 있는 몸을 바로잡는 데 있다. 몸이 차고 더운지, 어디가 막히고 넘치는지, 어떤 기능이 부족한지…. 정확히 알아야 처방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만성 난치병은 더 많은 것을 알아야 치료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난치병의 특징은 병이 생기는 원인을 모른다는 데 있다.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치료법을 못 찾는 것이다. 의학 교과서에 대부분의 자가면역질환, 알러지 질환들은 유전성 요인에 환경적 요인이 결합돼 발병이 된다고 돼있다. 어떤 유전자 때문인지 정확히 안다면 치료의 길이 열린다. 하지만 이들 질병에서 유전적 요인이란 그저 같은 병을 앓은 가족이 있다면 발병 가능성이 높다는 정도다. 발병 환경은 너무 다양해서 말할 것도 없다. 

나는 발병 시점의 몸 상태를 깊이 살펴본다. 거기에서 병의 단서를 찾는다. 음식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활동량과 운동량은 어떠했는지를 자세히 물어본다. 호흡과 마음 상태도 점검한다. 현대의학적 검사 기록을 살펴보고, 환자의 체질적 약점과 연관된 지표는 특히 자세히 검토한다. 그 결과와 한의학적 검사기록을 함께 고려해 종합적인 판단을 내린다. 의심나는 점이 있으면 환자에게 묻고 또 묻는다. 그러다 보면 초진 진료시간으로 설정한 한 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나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하다. 그동안 쌓은 나의 지식을 모두 쏟아 난치병 치료의 문을 여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환자들이 가고 나서도 질병에 관련된 논문들을 찾아보며 더 연구한다. 한의학연구원에 있을 때보다 더 가치있는 연구가 나의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느낌이다.

/김종열한의원장ㆍ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3년 8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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