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훈 교무
박세훈 교무

[원불교신문=박세훈 교무] 소태산은 전무출신의 결혼 여부 결정을 본인의 의사에 맡겼다. 이에 따라 교단 초기에는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전무출신의 활동이 매우 활발했다. 실제로 초기교단 전무출신 가운데 결혼 여부의 빈도분포는 기혼 52.9%와 미혼 47.1%로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여성 전무출신 41명이 40대 이후의 연령으로 출가함으로써 29%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결혼 경험이 있는 여성 전무출신이 상당수 있었음을 의미한다(김선명, ‘원불교 초기교역자 집단의 사회·인구학적 배경연구’, 1998). 

당시 한국 사회를 살펴보면 나이가 40대를 지나면서 남편과 사별(死別)하는 경우가 20%에 달했다. 따라서 전통적 가치관에 묶여 혼자서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소태산은 ‘남녀권리동일’과 같은 교리와 혁신예법 등으로 새로운 인생관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전무출신의 문호를 개방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시용, ‘원불교 전무출신에 대한 연구’, 2011).

지금의 정남·정녀는 <원불교교헌> 제18조(전무출신) 2항에 “전무출신으로서 평생을 독신으로 공헌하는 이를 정남·정녀라 한다”고 정의한다. 원기12년(1927) 2월경에 발표된 ‘본회 유공인 대우법’을 토대로 원기15년(1930) 소태산이 신정예법을 제정할 때 정남·정녀에 대한 대우 기준을 포함했고, 이후 원기18년(1933) 3월경 ‘예비 정남·정녀부와 정식 정남·정녀부에 대한 법’이 제정 발표됐다. 그러나 당시 ‘본 규정이 결혼을 금지하는 것으로 인식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정남·정녀를 자발적으로 실행해 표준이 될 만한 인물이 나타날 때까지 정식 시행은 보류됐다.

그럼에도 전무출신 미혼자에 대한 기대와 위상은 처음부터 비교적 확고했다. <불법연구회통치조단규약>(1931)에서 갑·을·병 3종의 예비수위단 가운데 ‘전무출신실행단원 중 미혼자’를 갑종으로 명시하고 있는 것에 주목하면, 정남·정녀에 대한 기대가 크고 위상이 확고히 마련됐음을 알 수 있다.

초기교단에는 결혼에 대한 문호가 활짝 열려있었으나, 초창기 교단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점점 출가자, 특히 정남·정녀를 중심으로 교단이 운영돼 왔던 점이 있다. 그러나 교단은 원기104년(2019) 제239회 임시수위단회를 통해 ‘정남·정녀규정’을 개정했고, 제303회 원의회 상임위원회를 통해서 전무출신 지원자 구비서류 중 의무 제출해야 했던 정녀지원서를 규칙에서 삭제했다. 이는 원불교 여성 교무도 남성 교무처럼 자율적인 의사에 따라 결혼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수위단회사무처

[2023년 8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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