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50여 개국 4만3천명의 청소년이 참가한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폭염과 태풍으로 파행을 겪고 있다. 주최 측의 준비부족과 책임공방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어른들의 속셈으로 인해 세계 청소년들의 꿈을 망가트린 게 더 가슴 아픈 현실이 됐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영외 활동으로 원불교 익산성지를 방문한 세계 각국 청소년들의 반응이 좋아 눈길을 끈다. 하루 400명에서 800명까지 익산성지를 방문한 세계 청소년들은 입구에서부터 ‘세상에서 가장 따듯한 환대’를 경험하면서 기뻐하고,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 종교활동’에 감동을 받은 듯하다. 이에, 주최 측에서 더 많은 인원을 받아줄 것을 요청해 오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결과는 익산성지를 관리하는 중앙총부와 관계기관의 철저한 준비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총부에서는 이들이 머물 장소를 최대한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또 과정활동에서도 공용어가 가능한 교무를 배치해 부담 없이 프로그램을 따라하도록 했으며, 자연스러운 종교순례가 이뤄지도록 인도했다. 이에 핀란드에서 온 스카우트 대원은 혹 자기 나라에 원불교가 있는지 묻고는 “한번 들르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다.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활동은 원불교 해상훈련원인 하섬에서도 이뤄졌다. 해상훈련을 즐겨하는 스카우트 대원들은 고무보트를 저어 하섬으로 건너가 1박 2일의 캠핑활동을 펼쳤다. 여기에서 외국어에 능통한 교무의 지도로 명상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이게 호응이 좋아 회기가 늘어났다. 특히 이곳에서 감동을 받은 포르투갈 국적의 일부 대원들은 새만금 영지에서 가까운 부안교당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나상호 교정원장은 8월 7일 중앙총부 전체조회에서 “많은 국제 청소년 스카우트 대원이 중앙총부를 방문했다. 원불교 역사 이래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외국인이 (익산성지를) 다녀간 일은 없었다”면서 “(이들이) 따듯한 마음을 안고 갈 수 있도록 환영하자”고 강조했다.

이번 세계 청소년들의 익산성지 방문은 현대 청소년 교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교단에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곧, 원불교의 최대 강점인  상대에 대한 배려, 웃음과 정성으로 사람을 맞이하는 온기, 그리고 익산성지의 시설물이 청소년들의 영성을 자연스럽게 자극할 수 있는 콘텐츠 산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중앙총부가 청소년들에게 더 활짝 열려, 언제나 편하고 반갑게 찾을 수 있는 ‘젊음의 성지’가 될 수 있도록 전환하자는 바람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익산성지는 핫플에 열광하는 요즘 청춘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 될 수 있는 요소를 갖고 있다. 언덕 위의 큰 집 대각전과 별보기 좋은 영모전 광장 등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를 위한 다양한 홍보와 콘텐츠 개발을 기대해 본다.

[2023년 8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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