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하 교무
이도하 교무

[원불교신문=이도하 교무] 2022년 개봉해 202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7개 부문을 수상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이하 에에올)’은 ‘멀티버스’를 소재로 한 영화다. 

영화는 개봉한 지 오래됐고 시상식도 이미 금년 초의 일이라 그다지 시의적인 콘텐츠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메타버스와 미래시대를 이해하기 위해 ‘메타버스와 멀티버스는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서 영화와 함께 생각해 보면 재미있을 듯하다. 빠른 변화와 다양한 마케팅 전략 전술까지 뒤엉켜서 합의된 용어가 존재하기 어려운 시대지만, 에에올에서 얘기하는 멀티버스와 지금 전개되고 있는 메타버스의 관계를 생각해 보자.

에에올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는 멀티버스에 대한 단서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고자 한다. 에브리씽은 모든 것, 에브리웨어는 모든 곳, 올앳원스는 한꺼번에 또는 동시에라고 번역할 수 있다. 이러한 번역에 근거한다면 에에올이라는 제목은 ‘모든 시공간에서 모두가 함께’ 정도가 되겠다. 곱씹어 볼 만한 재미있는 제목이다.
 

에브리씽(존재, 주로 인간) + 에브리웨어(공간) + 올앳원스(시간, 그것도 동시적 상황)이라는 제목 자체가 우선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다. 멀티버스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구현되는 세계라기보다 원래 인간이 살아가는 차원의 다양성에 대한 표현에 가깝다. 

메타버스와 멀티버스 모두 우리가 ‘가상’이라고 부르는 것과 ‘현실’이라고 부르는 것의 융합 또는 만남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멀티버스에 비해 메타버스 (대충 번역하자면 초월우주)는 좀 더 기술과 미디어 플랫폼 변화에 따라 구현되는 새로운 가능성의 측면이다. 

그리고 의미하는 시공간-존재의 양태 또는 지향도 다르다. 멀티버스는 ‘나’라는 자아가 살아온 흔적들과 그 과정에서 선택되지 못한 삶이 평행우주처럼 펼쳐져 있고, 그 사이를 넘나든다는 관점이다. 

그에 비해 메타버스는 온전히 상상의 세계에 가깝다. 멀티버스 세계관에서 ‘나’는 다소 수동적으로 펼쳐져 있는 다중우주 속에서 선택적으로 넘나든다. 더구나 영화 속에서 각각의 우주들은 특정한 사람들에 의해서만 넘나들 수 있다. 

메타버스는 이와 약간 다르다. 메타버스는 상상의 세계라기보다 상상력을 현실에 구현한 세계다. 그리고 정말 에에올의 제목이 의도하는 것처럼 ‘누구나’, ‘언제든’, ‘어떤 곳으로든’ 넘나들고 소통하는 다중우주다.

예전에도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한 바 있지만, 그런 의미에서 메타버스는 초월이라는 의미보다는, 송광사 방장스님이 표현하듯 촘촘히 얽혀진 중중무진의 ‘마하버스’에 가깝게 느껴진다.

/한국예술종합학교

[2023년 8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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