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학 교구장
황성학 교구장

[원불교신문=황성학 교구장] 법인기도가 있기 전 원기3년(1918) 음력12월경 소태산 대종사와 9인 선진은 방언공사의 바쁨 속에서도 교단 최초의 교당인 구간도실을 준공했습니다. 그리고 소태산 대종사는 이 구간도실 기둥에 17자의 교단 최초의 간판을 걸었습니다. ‘대명국영성소좌우통달만물건판양생소(大明局靈性巢左右通達萬物建判養生所).’ 크게 밝은 판국인 영성의 집이며, 만사 만물을 좌우통달하게 판별하고 양생하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크게 밝은 판국인 영성의 집이란 일원회상을 의미하며, 만사 만물을 좌우통달하게 판별하고 양생하는 곳이란 곧 천여래 만보살을 양성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소태산 대종사는 이 작은 도실을 통해 천여래 만보살을 양성하겠다는 당신의 원대한 꿈의 일단을 보여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원대한 꿈(千如來 萬菩薩)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법인기도를 하게 됩니다. 법인기도는 소태산 대종사 혼자 꾸셨던 꿈이 9인 제자들과 함께 꾸는 꿈이 됐다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 기도는 10인 1단의 최초의 교화단원들이 음계(陰界·法界)의 인증을 받고자 서원한 기도였으며, 결국 혈인이적으로 법계의 인증을 받습니다. 이 법계인증의 의미에 대해 전산종법사는 부산울산교구 훈증법회에서 “소태산 대종사는 당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우주를 관장하는 진리에 확인을 요청해 정당성을 부여받았다” 고 말씀했습니다.

우리 회상이 다른 종교와 차이점이 있다면 교조인 소태산 대종사를 비롯한 10인 1단의 교화단원들이 하늘과 땅과 8방을 대표해 창생을 구원하기 위해 천지신명께 기도를 했다는 것과, 혈인이적으로 법계의 인증을 받은 후에 교화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 법계 인증은 ‘10인 1단의 교화단원 전체가 법계의 인증을 받았다’는 사실이 큰 의미를 갖습니다. 이 사실은 교화단원 누구나 진리의 감응을 받을 수 있고 교화단원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천여래 만보살을 양성할 수 있는 그 근거가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누구라도 여래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길을 밝혀주신 <정전>은
천여래 만보살을 양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교본.

소태산 대종사는 많은 성인들 가운데 유일하게 <정전(正典)>을 직접 친제하셨습니다. <정전>을 직접 친제하셔야만 했던 이유는 결국 천여래 만보살을 양성하겠다는 서원 때문이라고 봅니다. 소태산 대종사 이전에도 많은 성인들이 이 세상을 다녀가셨으나 그 어떤 성인도 중생들에게 당신의 깨달음의 위치까지 도달할 수 있는 길을 자세히 밝혀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소태산 대종사는 누구라도 여래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길을 밝혀주셨습니다. 그것이 <정전>입니다. <정전>이야말로 천여래 만보살을 양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교본입니다.

처음 가는 산이라도 등산로만 있으면 우리는 그것에 의지해 걷기만 해도 반드시 정상에 올라갈 수가 있습니다. 이와 같이 소태산 대종사는 등산로가 없는 산을 오직 스스로 개척하면서 정상에 오르셨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상세하게 등산로를 그려주셨습니다. 그래서 소태산 대종사를 성중성(聖中聖)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정전> 개교의 동기에서 소태산 대종사는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으로써 파란고해의 일체생령을 낙원으로 인도하고자 하셨습니다. 여기에서 훈련이란 개념이 처음으로 사용됐습니다. 훈련이라는 개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는 과거 기복(祈福)종교와 구분 짓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기복신앙이란 절대자에게 복을 비는 신앙형태를 말한다면 훈련이라는 개념은 내가 심성단련(心性鍛鍊)과 기질단련(氣質鍛鍊)을 통해 삼대력(三大力)을 갖춘 원만한 부처(如來)가 된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나의 큰 서원은 일체 동포를 하나도 빠짐없이 부처로 만드는 일”이라고 말씀했습니다. 일체중생을 여래로 만들기 위해서 <정전>을 친제하셨는데 <정전>의 내용 중 부처를 양성하는 가장 핵심 내용이 훈련법과 법위등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종교가에서 훈련이라는 개념을 사용한 것은 원불교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리를 깨닫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훈련이란 도구로 체질화시켜서 활불(活佛)을 양성하고자 하셨습니다. 

이 활불을 양성하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또 하나의 도구가 법위등급입니다. 대산종사는 “법위등급은 천지가 태동된 이후 처음 나온 법”이라고까지 했습니다. 법위등급은 우리 중생들이 한 계단 한 계단 쉽게 여래위를 향해 오를 수 있도록 해주신 법의 계단과도 같습니다. 훈련법과 법위등급이야말로 소태산 대종사께서 천여래 만보살을 양성하고자 하신 원대한 꿈을 현실이 되게하신 법입니다. 그러므로 원불교는 여래를 양성하는 여래판 교단이며 천여래 만보살을 양성하는 교단인 것입니다.

/대구경북교구

[2023년 8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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