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한여름 최고의 옷을 말하라면, 단연코 ‘모시옷’이 아닐까. 여름이면 부모님은 모시옷을 입으셨다. 천사들이 입을 것 같은, 그 곱고 하얀 모시옷을 입고 외출하는 부모님이 마냥 부러워, ‘조만간 어른이 되리라’ 다짐했던 어린 날.

집에서 잠시 쉬어가기도, 때가 맞으면 식사 한 끼를 같이 하기도 했던 한산 모시 이모(당시 그렇게 불렀다)는, 색도 결도 다른 모시와 삼베 봇짐을 머리에 이고 다녔다. 한산 모시로 적삼이며 바지, 쪽물 들인 치마 등 모시옷을 손수 만들었던 엄마와 한산모시관을 구경했던 어릴 적 기억도 생생하다. 모시관 마당 한 켠, 예쁘게 자라고 있는 풀을 보며 “야~ 깻잎이다~” 하고 예의 큰 목소리로 외치던 나. 위풍당당한 그 외침에 주위의 시선 쏠리고, “이거 모시잎인데~” 하며 나를 바라보던 뭇 어른들의 시선이 왜 그리 야속하던지. 억울함에 항변을 보태자면, 깻잎과 모시잎은 정말 비슷하게 생겼다.
 

실로, 모시옷 한 벌이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과정과 무한한 인내심이 요구된다. 흔히 인견옷이 가볍고 시원하다고는 하나, 우리 모시는 풀 먹여 까실하고 고슬고슬한 감촉에, 몸에 감기지 않고 외부의 뜨거운 열기로부터 공기층을 만들어 가볍고 시원하고 쾌적하기까지 하니, 비견할 바가 아니다.

오랜 시간 인내해야 함은 당연하고, 땀과 정성을 들일수록 더욱 섬세하고 우아하게 완성되는 모시. 2011년에는 유네스코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해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고 한다. 생각해본다. 흡습성, 열전도성, 통풍성, 여기에 전통 멋과 우아함이 깃든 우리 전통 모시를 살려내는 방법은 뭘까. 경제성과 취급 방법만 고민해 해결한다면, 이번 기회에 ‘모시 입는 날’을 정해 세계인이 따라 할 수 있도록 해보면 어떨까. 

엄마의 고운 모시 적삼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정성스레 손질해 잠자리 날개 같은 그 옷을 입을 때가 있으리라. 여름을 이겨낼 수 있는 우리 전통의 ‘쿨비즈(Cool-biz)’ 아니던가.

[2023년 8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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