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웅 교무
김도웅 교무

[원불교신문=김도웅 교무] 초급간부 인성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교육자와 교육생 사이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공통적으로’실시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아이스브레이크다. 아이스브레이커, 브레이크 디 아이스 등등 다양한 용어로 응용되고 있지만 그 의미는 단 하나, ‘분위기를 부드럽게 푼다’는 뜻이다. 얼어붙은 몸과 마음 그리고 분위기를 원만하게 바꿔주는 시작, 즉 라포(Rapport) 형성의 시간이다.

이러한 프로그램 중 물공놀이라는 것이 있다. 똑같은 축구공이 두 개가 준비되는데 하나는 공기로 속을 채우고, 다른 하나는 물로 공 속을 채운다. 공기가 든 공을 헤딩하면 하나도 아프지 않지만, 물이 든 공을 헤딩하면 상당한 아픔이 밀려온다. 교육생들의 얼굴에는 장난기 가득한 모습과 아픔을 동반한 즐거움이 교차한다.

이 물공놀이를 보면서 한 감상이 들었다. 바로 그 속에 무엇이 들어있냐에 따라서 공의 특성이 달라지는 것을 보고 말이다. 공기가 들어있으면 잘 튀어 오르며 충격도 그리 크지 않고 외부 사물과 작용 반작용이 원활하다. 하지만 물이 차 있으면 충격도 크고 공은 튀어 오르지 않는다. 이와 같은 모습을 보면서 ‘군종장교 김도웅 교무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가!?’라는 화두를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만약에 내가 드러나려 하고 
내가 했다는 상이 있으면,  
그 일이 잘 되지 않거나 
절반도 못 얻곤 했다.

 

마음이 비어 있고 
전체를 위하는 마음으로 하면, 
일이 잘 되고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

원기107년(2022) 7월 육군훈련소 첫 원불교 군종장교로 전입온 뒤 여러 가지 업무를 수행하며 보낸 시간이 벌써 1년이 됐다. 안팎으로 진정되지 않은 환경에 하루하루는 늘 새로움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이곳에 오기 전, 스승님께 두 가지 당부의 말을 받았다. 하나는 육군훈련소교당의 종교시설 전환이요, 또 하나는 공덕주에 대한 실지불공이었다. 즉 모든 일에 불공(佛供)이 정답이라는 것. 이 일을 하는 가운데 내 마음속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일이 되는 형세를 차근차근 복기해보니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만약에 내가 드러나려 하고 내가(我) 했다는 상(相)이 있으면, 꼭 그 일이 잘 되지 않거나 절반도 못 얻곤 했다. 둘째, 마음이 비어(空) 있고 전체를(公) 위하는 마음으로 그 일을 하면, 일이 잘 되고 절반 이상의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제 육군훈련소교당(교육시설)은 연무대교당(종교시설)이 됐고, 군교화 유공인에 대한 감사 보은 기도와 함께 법인절 경축식에 공덕주를 모시게 됐다. 한 가지를 더 덧붙이자면 ‘모든 것은 내가 한 일이 아니요, 사은이 들어서 이루어진 일’이라 오히려 큰 가르침을 받은 것 같다.

“불공의 끝은 무슨 일이든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라는 스승님의 말씀이 맴돈다. 군종장교로서의 군 복무 그리고 전무출신으로서 교무생활, 오직 불공 또 불공으로 대보은자로 거듭나길 염원해본다. 늘 군교화를 위해 후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모든 재가출가 교도님들께 이 글을 통해 다시 감사의 큰절을 올린다.

/연무대교당

[2023년 8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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