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 부계정, 칼퇴근 Z세대… 합리성과 자기계발에는 열정
일자리·소득·자산에 관심있는 20대, 종교생활 끊기는 시기
1인가구·자살률 가장 높은 세대… 교화 보다 '관심과 제도' 먼저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대한민국 20대 10명 중 8명이 ‘종교가 없다’. 심지어 ‘종교가 일상생활에 중요하지 않다’는 20대 비종교인 비율은 무려 75%다(한국갤럽). 모든 세대가 종교에 등을 돌린다지만, 특히 20대에서는 그래프가 날로 바닥을 향한다. 불과 10~20년 후면 우리 사회 주류가 될 20대의 탈종교화, 그렇다면 원불교 세대교화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대한민국 20대의 특징과 함께 각 종단에서 힌트를 찾아본다.

1995년~2005년생 Z세대와 일치
먼저 20대를 들여다보자. 2023년 기준 20대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중반에 태어났다. MZ세대 중 후기 격인 Z세대(Gen Z, 젠지)가 1995년~2005년생이니 거의 일치한다. 지난해 597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1.9%를 차지한 20대는, 어려서부터 스마트폰·태블릿PC를 접해 IT기술과 밈 등 인터넷 문화에 익숙하고, 인간관계에서 SNS 비중이 크며, 정보를 접할 때 동영상 혹은 숏폼(짧은 동영상)을 선호한다. 자신을 표출하고, 관심사나 소비활동, 가치관 등 자신의 성향을 적극 공유한다.

2000년생 박다영과 MZ세대 강사 고광열이 올해 출간한 <Z세대가 말하는 Z세대의 모든 것>에서 몇 가지를 발췌해본다. 20대의 인스타그램에는 ‘부계정’이 있다. 행복한 모습만 보이는 본 계정과는 달리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계정이다.

허나 부계정은 웬만큼 친하지 않으면 팔로우를 걸지 않는 것이 매너다. 이들은 검색하는 정보에 따라 SNS 플랫폼도 다양하게 활용한다. 맛집을 찾을 땐 인스타, 제품 후기에는 블로그, 여행지를 검색할 땐 유튜브의 일반인 브이로그를 이용한다. 

특히 이들은 회사와 개인을 명확하게 구분한다. 이들에게 칼퇴근이란 6시 10분이 아니라 ‘6시 1분에 회사 밖에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또한 회사를 위해 개인을 희생하지 않으며, 조직의 불합리함을 참지 않고 공론화시킨다. 

다만 20대의 개인주의는 자신을 잘 살피는 것일 뿐, 고립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야근이나 추가 근무도 합리적이라면 불만을 갖지 않고, 자기 계발에는 어느 세대보다 열정적이다. 이들에게 ‘합리성’, ‘인과’는 필수적이고 대단히 중요한 키워드다.
 

20대는 가장 많이 혼자 산다
20대에 대한 걱정 어린 시선 중 하나는 미디어의 개인화와 공감대의 파편화다. 20대들은 애초부터 유튜브 등에서 정보를 얻는데, 이 알고리즘은 본인이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내 의견이 얼마나 공정하며 객관적인지 가늠해 볼 기회를 차단당한 채 편협한 사고나 가짜뉴스 등에 파묻히기 쉽다. 날로 심각해지는 젠더, 연령, 소수자 혐오 등이 20대에서 특히 심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20대의 높은 자살률도 주목해야 한다. 대한민국 자살률 중 10~20대는 특히 높은데다, 지난해 9.4%에서 12.8%로 대폭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1년 만에 20대 여성 자살률이 16.5% 급증한 것은, 코로나19가 20대, 그리고 여성에 더 치명적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린 20대 여성의 사회적 단절과 고립감’이 포스트코로나 시대 우리 사회의 주요 과제로 떠오른 이유다. 또 20대는 가장 많이 혼자 산다. 2020년 통계청 조사 결과 1인가구 중 20대가 19.1%로, 30대(16.8%), 50대·60대(각각 15.6%)를 앞질렀다.

‘교당 다니면 취직되나요?’
사실 20대는 진학, 취업, 군입대 등을 겪으며 선택과 고민을 통해 물질적·정신적으로 독립해가는 기간이다. 허나 현재 20대가 겪고 있는 대한민국은 여느 때보다 불황이자 불합리·불평등이 팽배하며 극도로 경쟁적이다. 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일자리(97%)’, ‘높은 소득과 많은 자산(94%)’, ‘연애(81%)’ 순이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 결과는 20대들이 종교를 떠나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20대들은 ‘교당 다니면 취직되나요?’, ‘기도하면 전세자금대출 갚아지나요?’라 반문하며 종교를 등진다.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시기가 ‘대학생 시절 혹은 취업 전(35%)’이 가장 많았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실천신대21세기교회연구소 등). 

대학 진학률이 73.3%(2022년)에 이르는 대한민국, 대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지난해 종교가 없는 대학생들에게 종교 믿을 의향을 물어보니, ‘믿을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8.7%였다(학원복음화협의회). 10명 중 1명에도 못미치는 결과다. 올해 개신교가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대학생들에게 이유를 묻자, ‘학업·알바로 인한 시간 부족(52%)’가 ‘코로나(49%)’, ‘온라인 예배(33%)’를 앞섰다(목회데이터연구소). 대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스트레스 요인이 취업(77.6%)인 가운데, 종교가 과연 이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가 하는 반성이 나오는 대목이다. 

20대 세대교화는 10대까지 가족의 영향 등으로 이어왔던 종교 생활이 완전히 끊길 가능성 때문이라도 매우 중요하다. 이 시기에 신앙을 잘 챙기기는 쉽지 않지만, 향후 60~70년을 신앙인으로 살게 되는 기회임을 주지해야 한다.

다만 20대만큼은, ‘교화’에 앞서 이들이 마주한 경계와 고통에 대한 관심과 제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20대는 지금 외롭고 가난하며 자살위험이 높고, 기댈 곳도 없이 내몰리고 있다. 우리 사회 가장 약한 세대를 향한 이해와 관심, 이것이 원불교 20대 세대교화의 첫 단추가 될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2023년 8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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