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오랜 시간 진찰 끝에 생활 속 병의 원인이 찾아지면, 그 원인을 없애기 위한 새로운 생활법을 제시한다. 그것은 음식법일 수도 있고, 운동법일 수도 있다. 지나친 육식, 탄수화물에 편중된 식사, 체질 특성에 맞지 않는 음식 습관 등을 바로잡는 음식법이 처방전으로 나간다. 또는 유산소운동, 근육운동, 요가 등을 활용한 운동법이 처방으로 제시된다. 

처방전을 내고 2주 후 다음 진료 때는 ‘환자순응도’라는 것을 기록한다. 환자순응도란 한약 복용과 생활 처방을 얼마나 충실이 실행했는지를 점수화한 것이다. 복약을 충실히 하는 분들은 대체로 음식 운동 처방의 실행 점수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호흡 처방의 실행 점수는 대체로 낮다. 배꼽 호흡법을 알려줘도 이것을 하루 일과 속에서 열심히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루에 숨을 3만 번 정도 쉬는데 그중 챙기는 호흡의 횟수가 갑자기 많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처방전을 정확히 써주기도 어려운 경우가 있다. 바로 마음의 문제가 병의 원인이 된 때다. 깊은 고통이나 집착이 병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쳐 발병한 경우는 발병의 원인이 된 그 마음이 달라지지 않으면 치료가 어렵다. 한의원에서 마음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어떻게 병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려줘야 한다. 병이 생긴 무렵, 혹은 그 이전에 겪은 마음의 상태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환자도 나도 눈시울이 붉어질 때가 많다. 바로 이때부터 진정한 치료가 시작된다.

“지금까지 그 마음이 몸에 만든 병은 제가 치료해 보겠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마음이 계속 병을 만들어가면 치료 효과가 나타날 수 없습니다.” 치료는 이렇게 시작한다. 원인을 알게 된 것만으로 달라지는 분도 있고, 스스로 노력하거나 심리상담사를 찾거나 때론 종교가 필요한 분도 있다. 어쨌든 원인을 정확히 아는 것은 변화의 첫걸음이 된다. 만성병은 반드시 스스로 다스려야 치료된다. 다만 그 길을 환자가 알 수는 없으니, 의사가 생활처방전으로 제시하고 점검하며 함께 해야 한다. 

/김종열한의원장ㆍ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3년 8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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