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진전 해바라기 마을 방송입니다.
1. 폭우가 심하더니 요즘은 폭염으로 너무 덥습니다. 외부 출입을 삼가시고, 마을회관에 오셔서 더위를 피해주시기 바랍니다.
2. 진전마을의 노래를 지어서 부르도록 하기 위하여 가수가 마을을 방문하고, 적절한 가사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상황을 보고 갔습니다. 노래를 같이 만들고 함께 부릅시다.
3. 아동·청소년 텃밭가꾸기 인성교육 밭두렁 공급을 거의 마쳤습니다. 계속해서 함께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관심 있는 독자는 010-2606-8356으로 연락 바랍니다.)
 

정려비가 세워진 비각과 당산나무.
정려비가 세워진 비각과 당산나무.

진전마을의 뿌리 되는 ‘효 정신’
‘진전마을 만들기 사업’의 핵심적 요소는 무엇일까. 첫째, 사업의 정신적 바탕이 된 효행 실천의 모범을 보인 절강(截江) 선조다. 절강은 어려서부터 효성이 지극해 어머니의 종기를 빨아서 낫게 했고, 어머니가 병들자 대변을 맛봐 증세를 진단했다고 한다. 또 어머니의 장례식 때 강물이 불어 상여가 건널 수 없게 되자 하늘에 하소연했고, 강물이 갈라져 상여가 지나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래서 세상에서는 그를 ‘강을 끊는다’는 뜻의 절강 선생이라 일컫는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조정에서 정려(旌閭)와 정려비를 내려 줬고, 그 정려비는 2015년 10월 8일에 경상남도 문화재 595호로 지정돼 그 형태 그대로 진전마을에 지어져 내려오고 있다.

둘째는 이런 역사와 함께 묵묵히 마을을 지켜온 당산나무다. 이 당산나무는 300년 이상 진전마을 주민들과 희비애락을 함께하면서 눈과 비, 바람을 막아줘 오늘날의 안전하고 건강한 마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매년 백중날이면 마을 주민들은 함께 모여 고사를 지내고 농악놀이에 장단 맞춰 춤을 추면서 풍년가를 부른다.

정려비.
정려비.

해바라기로 면에 행복 전하리라
내가 고향에 와서 처음 심기 시작한 것은 해바라기와 옥수수다. 옥수수는 간식용으로 적합하고, 해바라기는 관상용이자 가로수 대체 작물(?)이 된다. 이 아이디어는 우리 마을 옆으로 지나가는 대로의 가로수인 벚나무를 보고 비롯됐다. 그리고  길가의 가로수로 벚꽃 축제를 여는 것을 보고 불현듯 떠오른 생각. ‘우리 마을도 축제를 할 수 없을까?’ 하고 궁리를 하다가 “해바라기 축제를 해보자!”는 생각에 다다른 나는 한 해는 개인적으로 심어 키워보고, 2022년도 잘 키워냈다. 그런데 올해는 마을 도로변에 심은 해바라기들이 오랜 장마에 더딘 성장을 하고 있다.

그렇게 해바라기를 돌보며 연마하던 중 장수군에서 2024년도 ‘장수군 농촌축제 지원 사업’을 신청받는다는 소식을 접했다. ‘일단 서류를 내보자….’ 나는 얼른 ‘진전 해바라기 함박웃음 축제’ 신청서를 작성해냈다. ‘마을에 핀 해바라기로 마을의 공동체적 삶의 의미를 공고히 하고, 면민과의 유대도 다져 ‘함박웃음’으로 정서적 풍요를 가져오겠다’는 내용을 목적으로 썼다. 해바라기로 화려한 경관을 선보이고, 해바라기의 결실인 씨앗과 기름으로 먹거리를 제조해 농가소득에도 연결이 된다는 기대 효과도 짚었다. 부디 우리 마을의 해바라기가 면민 모두에게 행복을 전할 기회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인성을 넘어 생태까지  
요즘 진전마을 텃밭은 농작물들이 상당히 자라 볼만해졌다. 옥수수는 벌써 수확한 것도 있어 참가자들은 함께 옥수수 하모니카를 불면서 합주를 하기도 한다. 
텃밭에서 난 작물들은 체험 가족이 그대로 수확해서 먹는다. ‘건강한 먹거리’를 직접 생산해 안심하고 소비하는 것이다. 이 모습을 보며 우리 농촌 체험 텃밭이 아동·청소년 인성교육장에 그치지 않으며, ‘무엇을 먹느냐는 어디에 사느냐에 달려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소관섭 님 가족 농촌체험 인성교육 활동
소관섭 님 가족 농촌체험 인성교육 활동

이런 뜻에 함께하고 있는 소관섭 님의 가족들은 지난주에 딸·손자(초등 1년)과 함께 와 텃밭 가꾸기 체험을 했다. 콩을 심은 밭두렁에 싹을 틔워 그 모종을 손자와 같이 파종한 것이다. “아이의 관심은 콩도 콩이지만 도시에서 보기 어려운 청개구리를 발견하는 데 있고, 그것을 겁내지 않고 손으로 잡아보는 체험도 기억한다.” 아이 엄마이면서 충남여중 교사인 소부용 선생은 텃밭 가꾸기의 교육효과를 전한다. 

또 평소 농촌과 텃밭 가꾸기에 관심이 많다는 이건창 님도 인성교육 농촌체험의 소식을 <원불교신문>을 통해 접한 후 아내인 황정경 님과 함께 찾아왔다. 이건창 님은 “이런 실제 교육은 현대 아동·청소년들에게 아주 필요하다”면서 외손녀 조민서(원광여중)·조성윤(남성중), 외손자 정현우·정연재(서울 정덕초)와 같이 할 텃밭을 신청했다. “곧 휴가 기간이니, 농촌 체험학습을 같이하고 싶다”는 연락도 왔다.
 

이건창 님 가족 밭두렁 팻말.
이건창 님 가족 밭두렁 팻말.
이건창 님 가족 밭두렁 팻말.
이건창 님 가족 밭두렁 팻말.

진전마을이 고향이면서 우리 옆집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성장한 모윤종 님은 텃밭의 관리를 위해 내가 밭고랑의 풀을 맬 때마다 달려와 함께 하면서 힘을 보탠다. 그를 보며 나는 ‘당신은 앞으로 텃밭 가꾸기 인성 교육장을 인간치유 농장으로 키울 수 있는 자질을 충분히 갖춘 역군’이라고 마음속으로 감탄한다.

[2023년 8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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