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10일에 한 번씩의 정례 산상 기도를 시행한 지 열두 번째 되는 날, 소태산 대종사는 9인 단원에게 엄숙히 말했다. “그대들이 지금까지 기도해온 정성은 대단히 장한 바가 있으나 나의 증험한 바로는 아직도 천의를 움직이는 데는 거리가 멀다. 그대들의 몸이 죽어 없어지더라도 우리의 정법이 세상에 드러나서 모든 창생이 구원을 받게 된다면 그대들은 조금도 여한 없이 그 일을 능히 실행할 수 있겠는가.”

9인 단원들은 10일 동안 몸과 마음에 정성을 더한 뒤 최후 결사를 다짐했다. 모든 창생이 구원받는다면 죽어도 여한 없다는 뜻의 사무여한, 생사를 뛰어넘은 9인 단원들의 기도 정성은 하늘에 사무쳤다. 

9인 선진의 인주를 묻히지 않은 맨 손가락 도장(白指章)은 혈인(白指血印)의 이적으로 나타났다. 천의(天意)의 감동이고 법계의 인증이다. 

취재 현장, 인터뷰를 마치고 교도들과 법인절에 관한 대화가 이어졌다. “9인 선진의 역사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무여한 정신을 체득하고 전승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8월 한 달이 법인절 축제 기간이면 좋겠다”는 의견이 더해졌다. 

“30일의 법인절 기간, 교당 교도들의 영산성지 순례가 이어지면 좋겠다”, “성지 곳곳 스탬프 투어를 하면 인증서를 발급해 주자”, “9인 기도봉 구간별 플로깅 인증샷 캠페인을 진행하자” 등. 교도들의 신앙심이 법인절을 향한 각자의 바람으로 보태졌다. 

대각개교절은 전 세계인의 축제의 날. 4월 한 달, 법잔치·놀이잔치·은혜잔치 등 전국 각 교당과 해외까지 릴레이 축제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법인절은 9인 선진의 사무여한 정신을 체 받는 날. 8월 한 달, 성지순례와 정진기도 등 국내외 교도들의 속 깊은 수행정진이 이어진다면…. 간절함 만큼 교도들의 대화도 한없이 깊어진다. 

원기89년부터 매년 8월 15일을 전후로 영산성지 법인기도가 진행되고 있다. 사무여한 정신으로 아홉 봉우리에 올라 창생을 위해 기도한 현장, 9인 선진의 ‘두 마음 없는 신봉 정신, 두 마음 없는 단결 정신, 두 마음 없는 봉공 정신’(〈대산종사법어〉 제7 공심편)을 체받는 법인의 현장에서 ‘나와 이웃과 세상을 위한 기도’가 이어져 오고 있다. 

“우리가 이어가야 할 정신은 사무여한이다.” 한 교도의 말이 가슴을 쿵 울린다. 

각자의 신앙 수행이 속깊어질 수 있도록, 국내외 교도가 영산성지 순례의 발걸음을 이어갈 수 있도록, 그리하여 법인정신이 원불교 문화로 정착되고, 세계인이 영산성지 순례길에 나설 수 있도록, 8월 한 달이 그렇게 사무여한의 법인정신으로 무르익기를. 그 시작은 ‘나’로부터다.

[2023년 8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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