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혜 사무처장
조은혜 사무처장

[원불교신문=조은혜 사무처장] “상반기 작물 수확을 끝내고 빈 상자 텃밭에 이제 뭘 심으면 좋을까요?” “파를 심으세요. 날씨 때문에 대파 사태 있었잖아요. 또 걱정되는 상황이에요. 매일 먹는 파는 집에서 충분히 키워 먹을 수 있어요.” 도시 텃밭 선생님의 한마디에 잊었던 ‘파테크’ 열풍이 떠올랐다. 

2년 전, 긴 장마와 한파로 생산량이 급감해 대파 값이 폭등하면서 SNS에서 ‘대파 자급자족’ 사례담이 유행했다. 마트에서 대파를 사는 것보다 집에서 키우는 게 재테크만큼 이익이라는 신조어 ‘파테크’가 만들어지고 ‘대파 재배 용품’이 판매될 정도로 열풍이었다. 이번 여름 폭우와 폭염이 가뜩이나 고물가로 힘든 밥상 풍경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걱정인데 파테크 귀환도 당연하다 싶다.

기후 위기로 바뀌게 될 밥상에 대한 걱정이 실화가 되어 간다. 올해 엘니뇨로 지구촌 곳곳의 농작물 생산이 많이 줄었는데, 특히 쌀, 설탕, 올리브 등의 가격상승이 예사롭지 않다. 급기야 세계 쌀 수출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인도가 ‘쌀 수출금지’를 선언, ‘식량전쟁’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체 곡물 자급률 20%, 쌀 자급률도 2021년 기준 84.6%인 우리나라도 빨간불이다. 밀과 쌀 다음으로 중요한 식량인 감자도 고온에 취약하다. 우리나라 감자 재배의 70~80%를 차지하던 수미 감자가 기후위기 적응에 실패해 사라지고 있다. 감자는 25℃에서 1℃ 오를 때마다 생산량이 5%씩 감소한다. 때문에 고온에 견딜 수 있는 품종개량을 연구 중이지만 생산량 감소를 채우기에는 더디다. 유엔이 ‘미래에 식량 위기가 생기면 감자만이 인류를 구제할 것’이라며 ‘우주식량’, ‘미래식량’으로 칭송했던 감자의 생산량 감소는 성큼 다가온 식량 위기를 실감하게 한다. 

생산량이 줄고 사라져 가는 먹거리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경고는 현실로, 우려는 위기로 바뀌었다. ‘1.5도 너머’ 재난에 적응할 생존 지침을 준비해야 한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늘리는 유념 이상의 인과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사회학자 에리카 체노워스는 지난 100년 동안 지구촌 사회운동에 관한 데이터를 분석해 인구의 3.5%가 행동하면 사회적인 변화가 가능하다는 행동이론을 발표했다.  우리도 ‘3덜 기후밥상’운동을 시작해 보자. 전 세계 식량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전체 배출량의 30% 정도로 추정되고, 그중 20%는 식품 운송 과정에서 나온다. 한 사람이 지역에서 생산된 제철 식품을 섭취하면 1톤짜리 운송 차량 6천번 왕복에 해당하는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장거리 운송에 필요한 식품 가공, 포장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소비와 쓰레기까지 생각하면 탄소 감축 효과는 더욱 커진다. 이렇게 가공 덜, 유통 덜, (포장) 쓰레기 덜 하는 식탁이 ‘3덜 기후밥상’이다. 

‘3덜 기후밥상’은 파테크 뿐 아니라 우리 환경에 적응한 토종 씨앗을 뿌리고, 가꾸고, 수확과 동시에 먹을 수 있는 텃밭 농사를 짓는 삶, 포장과 배달 음식을 멀리하고 요리하는 시간을 되찾는 느린 삶, 식탁에 둘러앉아 나누고 교류하는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길로 이어진다. 시간과 수고를 들여야 하는 ‘3덜 기후밥상’은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기 위한 극한기후 생존 매뉴얼의 첫 장이다. 

[2023년 8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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