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달원 교무] 7월 22~23일 광주전남×영광교구 어린이·학생 여름훈련이 완도 소남훈련원에서 진행됐다. 이번 여름 훈련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몇 년 만에 진행된 대면 훈련이자, 두 교구에서 연합으로 진행하는 훈련이라 그 어느 때보다 정성을 다해 준비했다. 

훈련 프로그램은 다양성, 재미, 보람 등을 고루 갖추도록 구성했고, 여러 프로그램 가운데 나는 ‘레크리에이션’과 ‘캠프파이어’를 맡았다.

훈련이 시작되고 준비한 대로 큰 문제 없이 진행됐다. 하지만, 언제나 변수는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등장하는 법. 이번 훈련 대상은 청소년들, 그것도 초등학생이 주를 이루는 다수의 집단이었다. 나는 이를 간과했다.

레크리에이션이 잘 진행되려면 ‘통제와 집중’, ‘이해와 참여’가 필요한데 ‘왁자지껄’, ‘시끌벅적’, ‘고성과 고함’이 넘쳐나는 상황 속에서 정상적인 진행은 당연히 어려웠다. 어느새 목이 쉬어버렸고, 준비한 것을 다 하지 못한 채 상황에 맞게 수정하면서 진행했다. 그렇게 게임 시간이 끝났고, 장기자랑이 이어졌지만 역시 변수가 가득했다. 돌발 상황의 연속이다. 
 

허용과 
자유 속에서 잡아주면 
아이들은 스스로 
즐기며 나아간다. 

우여곡절 끝에 랜덤플레이 댄스(무작위로 나오는 아이돌 노래에 맞춰 춤추는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노래가 나오자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우르르 무대로 올라와 춤을 춘다. 안무를 아는 친구들은 군무처럼 서로 맞춰서 추고, 모르는 친구들은 그냥 자기 느낌대로 춘다. 무대 아래에 있는 친구들은 각자 알아서 이 시간을 즐긴다.

여기저기서 무아지경으로 노는 그 모습이 처음에는 산만하고 정신없어 보였다. 그러다 잠시 진행을 멈추고 그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그 안에는 자기들만의 규칙과 질서가 있었다. 무엇보다 모두가 행복해 보였다. 불쑥 아이들이 질서 있게 활동과 게임에 참여하는 것도 좋지만, ‘좋아하는 노래에 맞춰 자유롭게 춤추고, 자기들끼리 모여서 노는 것이 더 즐겁고 기억에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돌아보니 어릴 때의 나도 그랬었던 것 같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연마했다. ‘아이들을 잘 통솔해서 훈련을 나게 해야 할까? 아니면 준비한 게임에 참여시켜야 할까? 그냥 자유롭게 해줘야 할까?’
다 맞는 말이지만, 그 순간 필요한 것은 ‘아이들이 재밌게 놀 수 있도록 그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험한 상황은 제재하고, 안전한 가운데 아이들이 자유롭게 춤추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해주면 되는 것이다.

규칙과 규제 속에서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허용과 자유 속에서 위험과 잘못으로 가지 않도록 잡아주면 아이들은 스스로 즐기며 나아간다. 진행이 계획대로 잘되지 않은들 어떠하며, 준비한 것을 다 전달하지 못한들 어떠한가. 다치지 않고 즐겁게 즐기면 됐지.

“그래! 마음껏 춤추렴~!” 나도 마이크를 내려놓고 아이들과 함께 춤추고 놀았다. 그렇게 우리는 뜨거운 밤을 보냈다.

/광주교당

[2023년 8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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