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도아 기자] ‘한국은 분류론에 따라 사람을 사귄다’는 말이 있다.
우선 과거 X세대는 친해지기 위해 이렇게 물었다. “실례지만 어데 최 씨임니꺼?” 처음 보는 사이여도 같은 족보를 가졌다면 항렬을 따져 돌 된 아기도 삼촌이 되고 80세 노인도 손주가 됐다. 

그렇다면 족보문화로부터 해방을 원했던 M(밀레니얼)세대는 어떨까. 그들은 타고난 혈액의 종류로 판가름했다. “A형은 소심하고, O형은 화끈하고, B형은 다혈질에, AB형은 또라이”라는 혈액형 성격설이 유행했던 시기, 오죽하면 ‘B형 남자친구’라는 영화까지 등장할 정도로 혈액형은 인기가 대단했다. 

그렇다면 Z세대는 어떻게 사람을 구별할까. 요즘 이력서에는 종교나 적성을 적는 칸이 사라지고 MBTI를 기재하는 칸이 자리한다. MBTI는 사람의 성격을 16가지로 분류해서 나타낸 검사로, 에너지 방향(외향/내향), 인식 기능(감각/직관), 판단 기능(사고/감정), 생활 양식(계획/즉흥)으로 구분한다. 원래 1990년대 직업상담의 도구로 인기를 끌었던 성격유형검사는 30년 가까이 흐른 지금, 한국의 MZ세대에게 성격, 적성, 진로 하물며 의사소통방법까지 알려주는 일종의 지침서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성격유형검사가 유행을 이끄는 이유에 대해 미국의 뉴스 채널 CNN에서는 “취업이나 진학에 대해 불안함이 커진 한국의 MZ세대가 소속감을 얻고 싶어하는 심리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에 종교계 또한 MBTI에 주목하고 있다. MBTI별로 종교를 받아들이는 법, 혹은 종교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진다고 보는 것이다. <MBTI별 종교를 어떻게 사용하는가(How Each Myers-Briggs Type Uses Religion)>라는 글에 따르면 “깨달음을 향한 자신의 길을 따르는 것을 선호하는 ISFP는 성실한 신자일 가능성이 높고, 삶의 의미에 관한 실존적 질문을 선호하지 않는 ESTP의 경우 그저 인도와 도덕적 지원의 목적으로 종교에 의지하길 원한다”고 했다. 과학적 검증을 거친 설명은 아니지만 많은 MZ세대는 이 이론에 많은 공감을 보냈다.

사실 MBTI는 공감에서 비롯돼 이해로 끝난다. MBTI에 열광하는 MZ세대가 결국 원하는 것이 ‘공감과 이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사실을 잘 선용하면 된다. 미리 연마해서 어떤 MBTI를 가진 사람이든 원불교가 그들의 성향에 꼭 맞는 종교가 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원불교의 MBTI는 O.P.E.N(열려있음)이니까.

[2023년 8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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