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지난해 지용근 소장(목회데이터연구소)도 한국선교지도자포럼에서의 발표를 통해 “20대와 30대 교회 이탈 의향 및 이유는 ‘시간 없어서·바빠서’, ‘목회자·장로·교인들에게 실망해서’, ‘구속받기 싫어서’였으며 목회자와의 관계와 헌신 강요 문화가 위험요소로 나타났다”고 짚었다. 또한 “불만족 이유로는 교회 지도자들의 권위주의적 태도와 시대의 흐름을 좇아가지 못하는 고리타분함이 가장 많았다”며 “이 세대가 교회 내 우선순위에서 상대적으로 밀리”는 현실도 꼬집었다.

문재진 목사(미래교회전략연구소)는 신앙의 이름으로 헌신을 강요하는 ‘열정(믿음)페이’를 언급했다. 그는 “청년성도 10명 중 8명 정도가 교회 행사 진행에 많이 동원된다고 답했고, 교회가 청년들에게 헌신을 강요한다는 응답도 절반을 넘었다”며 무리한 봉사 요구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20대의 1인가구 증가율을 짚으며 ‘경제적 어려움과 고립으로 인한 외로움’을 배려해 ‘오라’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동안 주식, 코인, 부동산에 대한 관심에 편승했고, 이로 인해 고통받는 청년들이 많다. 숨길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 것이 성경적 재정관리인지 답을 줘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20대 키워드 1인가구, 빈곤, 자살, 외로움에 즉답하는 교화
조계종 대학생전법, 가톨릭 군사목, 개신교 성직자 유튜브 주목
아래부터 아닌 ‘위로부터의 결단’필요, 인재·지원 결집해야

우선순위에서 20대 밀려나 있었다 
종교계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먼저 종교계는 20대의 변화를 헤아리지 못했고, 교화의 우선순위에 있어 20대가 밀려나 있었음을 인정하며 뼈아픈 반성 중이다. 학생운동이나 종교동아리 등과 맞물려 호황을 이루던 과거에 매여 지나친 낙관론을 펼쳤다는 것이다. 20대 교화가 ‘아래로부터의 일’이라고 치부해 온 면도 있다. 교단 전체와 최상부가 먼저 고민해야 할 일을 개교당, 교무 개개인의 역량에만 맡겼다는 반성이다. 또한 ‘가난하며 불안정하고 손이 많이 가는 20대 교화는 끝없는 투자가 되어야 하며, 결실을 맺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 대부분의 속내다. 이 결과, 종교가 있다는 20대는 10명 중 2명이라는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20대 교화에 종교계 전반이 고전 중이지만, 불교가 더 심각한 편이다. 2021년 국민이 믿는 종교는 개신교 20%, 불교 17%, 천주교 11%였으나, 20대만으로 좁히자 순위가 바뀐다. 개신교가 15%, 천주교가 13%에 비해 20대 불교 신자는 8%에 그친 것이다(한국리서치). 이 배경을 김응철 교수(중앙승가대)는 “산업화 이후 도심 포교를 등한시한 결과”라고 짚었다. 즉, 청소년 시기에 종교를 많이 접해야 신도로 유입되는데, 사찰이 도심과 멀어 청소년 포교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조계종은 최근 ‘대학생 전법’을 결사하고 전 교단이 움직이고 있다. 7월 대학생전법위원회를 출범시켜 1교구 1대학 불교학생회 설립과 2024년 1만 대학생 불자를 키워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총무원장이 여름휴가 중 대학생 대상 토크콘서트를 개최하거나 청년 불자들과 일문일답을 주고받기도 했다. 아래서부터가 아닌, 종단 최상부의 결단에 인재와 예산 등 가능한 인프라를 결집하겠다는 의지다.

가톨릭 서울대교구는 지난해 12월 청년사목사제포럼을 발족했으며, ‘1인가구 청년 사목방안 세미나’와 같이 20대의 현실과 어려움을 반영한 구체적인 사목을 펼치고 있다. 또한 20~24세 청년 영세자의 85%를 군종교구에서 배출했던 만큼 군 사목에 더욱 집중하며, ‘순결’, ‘타투’, ‘낙태’, ‘성소수자’ 등 현실적인 질문에 답하고 있다. 눈에 띄는 곳은 의정부교구 청년사목센터로, 금요일 ‘퇴근길 성찰 모임’에 닉네임으로 참여한 청년들이 음료와 맥주를 마시며 고민을 털어놓는 소그룹이다. 

20대가 종교 빠지는 이유 ‘자기효능감’
개신교는 어려운 가운데 20대들이 모여드는 교회의 사례에서 배우고 있다. 이 교회들은 사역자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로 소통했고, 강도 높은 제자훈련을 운영했으며, 신앙의 방식으로는 자율성을 보장했다. 20대 성도가 90%에 이르는 이룸교회는 목사의 유튜브와 함께  일요일·수요일·금요일 예배로 20대의 바쁘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추고 있다. 벧엘선교교회는 단계별로 실천 과업을 둬 2~3년 과정의 제자훈련을 운영한다. 이종찬 전도사는 패션과 헤어스타일도 신경을 쓰는데, “청년 사역자라면 그들이 상대를 판단하는 근거로 활용하는 외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서양인 선교사가 조선 옷을 입고 우리말을 쓰고 개명했던 것처럼 그들을 본능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20대 비중이 높은 논란의 한 종단 사례도 주목할만하다. 20대가 이 종교에 빠지는 이유 중 ‘자기효능감’과 ‘희소성모델’이 있다. 20대는 대개 자존감이 크게 떨어져 있는데, 이 종교는 ‘당신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로 효능감을 준다. 또 ‘이런 얘기 너한테만 하는 건데, 아무나 이런 공부 하는 게 아니야’라는 희소성을 강조하고 어려운 입교과정을 통해 강한 집착을 심는다. 실제 몸담았던 청년들은 “20대는 고민이 많은데 여기는 이를 잘 들어준다. 그래서 신입 중엔 20대 중후반보다는 수능을 막 끝낸 19~20세 청년이 제일 많다”거나 “밖에는 보잘것없는 존재인데 여기서는 ‘팀장님’, ‘부서장님’이라고 대해줘 여기에 취하는 청년들도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법회, 인간적 교류, 실질적인 지혜
그 어느 때보다 지치고 불안하며 고독한 대한민국의 20대. 지금 20대가 겪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그 누구도 살아본 적 없는 시대이며, 20대들은 그야말로 ‘각자도생’으로 버텨내고 있다. 이 20대들을 위한 원불교의 세대교화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교단의 20대 교화는 따로 구분하기보다 청년교화·대학생교화와 뭉뚱그려진 모양새다. 청년교화로는 30대, 40대까지 함께이고, 대학생교화는 소속에 국한되어있다. 20대는 이미 30대와는 완연히 다른 세대이자 그 차이는 명징하다. 

20대를 위한 다양한 시간의 다양한 법회, 20대의 고민에 공감하고 답을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 혼자 살며 가난하고 외로운 이들을 위한 인간적인 교류의 시간, 취업과 재테크, 혼자살기 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혜 등 20대를 위한 세대교화를 펼칠 때다. 허나 기존의 구조나 인력, 지원 정도로는 20대 세대교화에 답을 찾기 어렵다. 특출난 개인이나 교당에 맡길 일이 아니다. 20대 세대교화는 최고 의사결정권자, 즉 위로부터의 결단이 필요한 일이다.

[2023년 8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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