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난치병은 현대의학으로 발병의 원인을 모르고 그래서 치료법도 없는 병들이다. 그러나 원인 없는 결과가 어디 있을까? 단지 원인을 못 찾을 뿐이다. 현대의학은 실험실, 검사실에서 원인을 찾기 때문에 못 찾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 원인을 찾아보면 대체로 실마리가 잡힌다. 먹고 자고 마음 쓰는 등 어딘가에 원인이 있다.

그중 가장 깊은 곳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마음이다. 보통 정도의 애로희락을 넘어선 깊은 고통이나 집착이 있는 경우, 그 마음으로 고통받던 때가 병의 발병 시기와 맞아떨어질 때는, 마음을 바꾸기 전에는 질병을 치료하기 어렵다. 반대로 마음을 바꾸면 난치병이 기적적으로 치료될 수 있다. 이제마의 의서에 ‘죽을 병이라도 서가모니처럼 수양을 한다면 살아날 길이 있다’고 했다.

마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신경정신과를 찾아가도 좋고, 심리상담을 받아도 좋다. 현대 심리학에는 많은 좋은 기법들이 있어서 요즘 젊은이들이 오히려 심리상담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마음의 고통은 어떤 경계를 만나 생겨나기도 하고, 어려서부터 서서히 커져 가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어려서 생긴 마음의 옹이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 

어려서 우리에게 가장 큰 은혜를 주신 분도 부모님이지만, 가장 큰 옹이를 만들어주는 분도 대개 부모다. 하지만 부모에 대한 원망에 빠지는 건 소용없는 일이다. 요즘 드라마를 보면 그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고 부모보다 나은 삶을 개척하는 이야기가 많다. 그렇게 스스로 해결해가야 한다. 내가 성장해서 제대로 어른이 되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부모님의 마음을 오히려 안아드리는 것이다.

‘마음이 기를 움직이는 경우가 십중팔구’라는 말이 <맹자집주>에 있다. 십중팔구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마음의 고통은 기를 막히게 한다. 기가 막히면 혈액 순환도 함께 막힌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자신의 가장 약한 장부에서부터 문제가 생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거쳐 만들어진 병이 난치병이다. 이러한 원리를 안다면 꼭 치료 못할 법도 없다.

/김종열한의원장ㆍ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3년 8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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