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종단이 함께하는 열린 포럼 주제 ‘유가족 돌봄’
“종교는 ‘의례’로 ‘충분한 애도의 과정’ 제공 해야”
예방·의료적 접근에서 ‘유가족 돌봄’으로 확장 필요

[원불교신문=장지해 기자] 대한민국 자살률은 2022년 OECD국가 중 1위(10만명 당 26명)으로,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한 사람의 자살은 그 영향이 1인에 그치지 않고 가족과 친구 등 주변 인연 6~10명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최근에는 넓은 의미의 ‘유가족’에 대한 관심과 지원 요청이 커지는 형국이다. 이에 원불교·개신교·불교·천주교 4대 종단이 ‘유가족 돌봄’을 다뤘다. 8월 1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린 ‘살사프로젝트 열린포럼’에서다.

이날 포럼은 이범수 교수(동국대 불교대학원 생사문화산업학과)와 류지수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팀장의 기조강연에 이어 4대 종단 활동 사례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자살유가족의 박탈된 애도와 돌봄’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이 교수는 “자살 사건으로 극심한 타격을 입은 자살유가족은 극도로 불안정하다”고 밝힌 후 “이들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애도과정을 시작하도록 돕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한국이 OECD 가입국 중 자살률 1위가 된 2004년부터 2021년까지의 자살자 수는 24만1,579명으로, 1명의 자살자가 최소 7명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로 계산하면 무려 170만명의 자살유족이 함께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하지만 한국사회 풍조 상 자살유가족이 자신을 자살유가족이라고 밝힐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음’을 짚은 후 “자살유가족에게 적절한 애도과정의 도움은 더욱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자살유가족의 특징을 비통반응, 수색행동, 애착과 복합성 애도, 박탈된 애도, 연장된 비통 장애, 가정(If)의 세계 등으로 정리해 언급한 이 교수는 “(자살유가족들의) 그리워함은 잃어버린 대상을 찾으려는 충동의 주관적, 감정적인 요소이다. 죽음은 유족에게 고인을 찾는 데 성공할 수 있는 가능한 수단으로 여겨지며, 사별비통 문제에 대한 극단적 해결책으로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자살유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애도의 과정’이라고 말한 그는 “상장의례의 과정이 애도의 과정을 밟게 해주는 것”이라며 “종교는 각자가 가진 종교적 의례를 통해 자살유가족들에게 애도의 과정을 충분히 제공하고, ‘사회가 자살유가족들의 아픔과 함께하고 있음’을 전해줘야 한다”는 말로 종교의 역할을 강조했다.
 

류지수 팀장은 2005년부터 시작된 서울시 자살유족 애도상담 서비스인 ‘자작나무(자살유족 작은 희망 나눔으로 무르익다)’를 소개, 자살유가족 돌봄의 선례를 전했다. 

또한 둥근마음상담연구센터(센터장 정경숙(법명 조련, 잠실교당))을 비롯해 이날 포럼에 참석한 4대 종단은 그동안 ‘자살’문제가 ‘예방’또는‘의료적 접근’에 한정됐음을 짚고, 자살유가족들에 대한 관심과 역할을 확장해 나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
 

[2023년 8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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