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입추가 지났으니 한여름 더위도 좀 꺾이려나 싶지만, 한낮 불볕더위에 예상치 못한 소나기도 잦다. 늦은 퇴근길, 주차장까지 걸어가기엔 빗방울이 제법 굵고 세차다. 사무실에 비치돼있는 하얀 비닐우산을 집어 들면서 드는 생각, “아! 그 옛날에는 파란 비닐우산이 있었지.” 

얇디얇은 파란 비닐에 대나무 살로 만들어진 우산. 이 파란 대나무 비닐우산이 처음 등장한 건 1960년경이라고 한다. 조선시대 지(紙)우산 모양을 본떠, 기름먹인 한지 대신 비닐을 입혀 출시됐고, 값싸고 가벼워 나오자마자 히트 상품이었다. 당시에는 우산살이 30개나 들어가 무척 튼튼하기까지 했다고. 
 

하지만 훗날 우산살이 9개까지 줄어들면서,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뒤집히거나 부러져 우산의 위용을 잃어버렸고, 70년대 말 2단 접이식 자동 우산이 본격 생산에 들어가면서 서서히 설 자리를 잃어갔다. 파란 대나무 비닐우산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생산돼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고, 90년대 중반부터는 중국산 플라스틱 우산이 수입되면서 완전히 잊혀진 추억의 물건이 됐다.

자, 이제 뉴트로 시대의 우산을 생각해 볼진대, 우선 종류만 헤아려도 족히 열 손가락은 넘는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비 우산, 파라솔로 알려진 썬 우산, 모래 환경에 사용하도록 설계된 비치 우산, 세련된 액세서리가 디자인된 패션 우산, 넓은 캐노피와 더 긴 손잡이를 가진 골프 우산, 작은 가방 속에 쏙 들어 가는 초경량 컴팩트 우산, 독특한 돔 모양의 버블 우산 등. 어디 이뿐인가.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광선검 우산, 여기에 연인과 함께 다닐 때 쓸 수 있는 커플 우산까지. 

그럼에도, 펼쳐 들면 유난히도 빗방울 소리가 크게 들렸던 파란 대나무 비닐우산이 불현듯 그립다면, 정말 그 옛날 사람일까.

[2023년 8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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