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마음이 젊은 사람이 있다. 칠팔십 세가 되어도 생각이 유연하고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여전히 총명한 머리에 쌓여있는, 오랜 경험에서 얻어진 깊은 지혜를 사람들에게 베풀어 뭇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다. 이제마가 말한 ‘청랑’의 삶이다.

유연함은 젊음의 주요 특성이다. 나뭇가지는 어릴 땐 부드럽다가 다 자라고 나면 딱딱해진다. 딱딱해진 부분은 더 이상 성장이 없고 쉽게 부러진다. 딱딱한 나뭇가지는 외형을 유지하는 데 쓰일 뿐. 우리 마음도 이와 같다.

생명은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 변할 수 있는 힘이 곧 생명력이다. 늘 변하는 환경에 대응해야 생명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 마음이 딱딱하게 굳으면 생명력을 더 빨리 잃게 된다. 마음이 굳어지면 기의 흐름도 굳어지기 때문이다. 

마음이 굳어지는 까닭은 스스로 이제 알만큼 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얘기에서 신비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조심해야 한다. ‘왜 지금도 뭘 열심히 배우려 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 나는 ‘우물 안 개구리임을 알기 때문’이라고 한다. 몇십 년 뭔가 열심히 했다고 해봐야 무시광겁의 시공간 속에서 우린 우물 안 개구리일 뿐이다. 내게 다행한 점은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임을 안다는 것이다.

유연함은 물기운이다. 마음에 유연함이 있어 물기운이 모든 세포를 촉촉이 적실 때 우리 몸은 급격한 노화로 기울지 않고 건강한 노년을 지킬 수 있게 된다. 유연한 마음은 나와 다른 생각을 만날 때 그 세계를 궁금해하고 배우려 한다. 그가 젊은 세대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들은 내가 젊을 때 겪어보지 못한 시대를 지금 살아가고 있다.

마음에 유연함이 없으면 시대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세태를 한탄하고 화를 내게 된다. 모든 세상은 우리 마음이 만들어냈다. 지금 젊은 세대는 그러한 세상을 따라 새로운 길을 개척해가는 중이다. 유연한 마음을 가진 사람의 표정은 온화하고, 몸의 기운도 조화롭게 흘러 심신 건강을 유지 시킨다.

/김종열한의원장ㆍ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3년 8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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