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해외에서 가장 많이 소비된 한국 문화콘텐츠는?”
K-팝일까, K-무비일까. 아니면 K-드라마? 그럴듯하지만 모두 정답이 아니다. 2023년 현재, 세계가 가장 많이 소비하는 K-컬처는 바로 웹툰이다(2023 해외한류실태조사). 뷰티(28.6%)와 공동 1위로, 드라마(28.5%)와 예능(27.6%)을 앞섰다.

세계를 호령하는 K-웹툰이라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몰래 보다 걸리면 엄마에게 등짝을 맞고, 책가방에서 발견되면 교무실로 불려 가며, 공부 시간 뺏는 은밀한 취미였던 만화. 그 만화를 단지 인터넷에 옮긴 게 웹툰 아니던가. 그런데 가만 보자, 지금 ‘K’라는 황금 배지를 달고 훨훨 나는 K-무비며 K-드라마들의 뿌리가 대부분 웹툰이다. 현재 핫한 <마스크걸>과 <D.P 시즌2>, <무빙> 등이 모두 웹툰 원작의 작품들이다. 이제까지 K-컬처를 키워온 보물창고이자, 한류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든든한 뒷배가 바로 K-웹툰이다.
 

‘웹툰’ 종주국, 코로나19로 급성장해 세계 웹툰 시장 70% 차지
K-웹툰, 탄탄한 스토리, 쉬운 소비, 작가 친화적 생태계 강점
누구나 도전하며 매니아 만날 수 있는 매력…협업팀 꾸릴 적기

한국형 디지털만화, 코로나19를 기회로
우리나라는 ‘웹툰’이라는 단어 자체를 만든 종주국으로, 1999년부터 시작된 웹툰의 24년 역사 동안 상전벽해를 겪었다. 원래 만화 시장의 1위는 일본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이 50%에 육박하며, 2위인 미국과 비교해도 4배 이상이다. 다만 이들 국가에서 디지털만화란 종이 만화를 스캔하듯 옮기는 개념이다. 이에 반해, 우리는 처음부터 전자기기로 그리고 인터넷 스크롤과 터치에 맞게 그려낸 ‘인터넷용 만화’를 키워왔다. 판이 바뀐 건 코로나19 때였다. 사람들이 전자기기로 만화를 보기 시작하며 디지털만화에 빠져들었고, 이미 준비가 된 네이버웹툰이 전 세계 100여 개국 만화 앱 중 ‘탑’이 된 것이다.

K-웹툰의 저력은 무엇일까. 독특한 그림체와 편리한 구독 등도 배경이 되지만, K-웹툰의 일등 공신은 무엇보다도 탄탄한 스토리다. 그 옛날 소리꾼에서 변사로, 드라마작가로 이어지던 대한민국 최고의 이야기꾼들, 이제 그 바통을 웹툰 작가가 이어받았다. K-웹툰은 세계관 확실하고 기승전결과 인과가 뚜렷하며 마무리 짓는 힘도 강하다. 또한 주 1~2회에 이르는 수십 컷의 분량을 감당해내 많은 분량과 스피디한 전개에서도 독보적이다.

준비된 시장이 기회를 만난 결과, 현재 세계 시장 중 70%를 네이버웹툰이 차지하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이 장악력에 대해 ‘아마추어 창작자에게도 광고 수익을 분배한다’, ‘작가가 2차 창작물을 통해 별도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2021년 기준 네이버웹툰을 통해 가장 높은 수익을 낸 창작자가 100억원 이상을 벌었다’고 소개한 포브스 외에도 뉴욕타임스, 르 몽드 등에서도 이 유례없는 ‘작가 친화적 웹툰 생태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즉, 초보 작가에게도 수익을 돌려준 덕분에 도전자가 많았고, 그만큼 경쟁도 세지며 전체적인 수준이 높아졌던 것이다.

최근 애플,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이 출사표를 던진 웹툰 시장의 매력은 강력하다. 그 자체가 돈이 되며, 어떤 콘텐츠에도 적용, 협업, 확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웹툰 시장 규모는 연평균 40.8%씩 성장해 2030년 약 8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네이버웹툰 작품의 52%가 해외로 수출되며 K-웹툰은 물론 K-컬처 자체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웹툰 원작 콘텐츠, OTT~지상파 종횡무진
K-웹툰의 달라진 위상은 웹툰 원작의 드라마와 영화 제목들로 설명된다. K-웹툰을 영화와 드라마로 옮기는 족족 대박을 치니, 영화며 드라마 입장에서는 가장 확실한 소재요 검증된 시나리오다.

특히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인터넷으로 제공되는 콘텐츠 플랫폼)나 케이블, 종합편성채널의 작품들은 웹툰 원작 일색인데, 다소 수위가 높고 표현이 자유롭다는 허용과 만화적 상상력이 만나 시너지를 내왔다. 일찍이 <미생>, <송곳> 등의 웹툰 전설이 드라마화됐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위트홈>, <이태원 클라쓰>, <부암동 복수자들> 등이 줄줄이 제작됐다. 

‘쎈’ 작품들도 많다. 듣도 보도 못한 세계관이나 강력범죄자의 더 강력범죄, 좀비 등의 소재 등이다. 일찍이 <킹덤>으로 세계를 매료시킨 후 <지옥>, <사냥개들>, <지금 우리 학교는>과 같은 라인업을 쌓아왔다. 지상파에서도 <국민사형투표>, <모범택시>, <편의점 샛별이>, <조선로코-녹두전>, <동네변호사 조들호> 등으로 인기를 입증했다. 

영화도 못지않다. 웹툰 1세대 강풀의 <순정만화>, <이웃사람>,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이 먼저 영화화됐으며, <내부자들>, <패션왕>, <은밀하게 위대하게>, <이끼> 등 장르가 다양해졌다. 특히 1편과 2편 모두가 대박을 친 <신과 함께>는 웹툰 원작 영화의 지평을 열었고,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영화계에 군불을 지피는 최근작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이어지고 있다. 
 

원불교 웹툰 드림팀 만들기에 적기
일상이 된 웹툰, 사람들은 지갑도 쉽게 연다. 지난해 네이버웹툰 유료 이용자는 850만명 이상, 전체의 26%가 넘었다. 10명 중 7명은 유료 결제 경험이 있고, 월 결제 금액도 1만원에 이른다. 성인 남녀 절반이 최근 1주일 이내에 웹툰을 본 적 있고(50.3%), 1주일 중 절반이 넘는 4.6일을 보며, 꼬박꼬박 정주행하는 작품 수는 무려 9.6개에 이른다(오픈서베이).

물론 과제도 뒤따른다. 불법 웹툰 시장이 2021년에 이미 1조원을 육박했으며, 저작권 문제는 AI의 모방 및 변형 기술로 더욱 복잡해졌다. 부와 명예가 따르는 웹툰 작가들은 극히 일부이며, 안정된 수익까지는 험한 가시밭길이다. 허나 웹툰 작가를 키워내려는 플랫폼과 인프라를 통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취향에 맞는 마니아층 확보가 가능하고, 웹드라마나 SNS 릴스, 쇼츠 등으로 함께 띄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K-웹툰 심은 데 K-컬처 나는 웹툰 전성시대, 이제 웹툰은 문화콘텐츠의 뿌리이자, 누군가에게 홍보, 설득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주요한 언어다. 이제 원불교도 이를 선용해보자. 관건은, 우리가 웹툰이라는 장르를 얼마나 이해하며, 웹툰으로 가장 잘 드러낼 우리 것을 알아내는 일이다. 웹툰학원이 우후죽순 생기는 시대, 우리 안에서 강좌와 지원책을 마련해 ‘원불교 웹툰 작가’를 양성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을 한 사람이 책임지는 과거를 지나, 이제는 주제를 잡는 작가,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스토리텔러, 작화가가 협업하기도 한다. 교단 4대 문화교화를 이끌어갈 ‘원불교 웹툰 드림팀’을 띄우기도 더없이 좋은 시기다.

[2023년 8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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