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원 교무
이달원 교무

[원불교신문=이달원 교무] 광주교당에 부임해 청소년교화와 함께 ‘조선대학교 원불교 학생회(이하 조원회)’도 담당하게 됐다. 대학교 내 기존 동아리들은 새 학기가 시작되면 ‘동아리 재등록’을 해야 한다. 재등록에는 일정 수 이상의 동아리 회원, 그들의 자필 신상, 지도교수 직인과 재등록비, 활동 보고서 및 계획서가 필요하다. 이 서류를 모두 갖춰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총동아리연합회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동아리 법회와 홍보 외 운영 부분에 신경을 못 쓴 탓에 이런 절차를 미리 알지 못했다. 제출 마감 3시간 전에 조원회 회장으로부터 연락받고야 알게 된 나는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바로 동아리 활동 보고서와 계획서를 작성해 정복을 입고 학교로 향했다. 사실 여기까지는 내가 해결할 수 있겠지만 이후는 미지수였다.

일단 학교로 갔다. 가는 동안 지도교수님께 연락을 했다. 하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나는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청소년 전담 교무님과 교당 교도님들, 주위 인연에게 조선대 학생들을 찾아 달라고 연락을 했고, 지나가는 학생들에게는 동아리 유지를 위한 가입을 부탁했다. 그러나 종교에 대한 여러 사회적 이슈로 학생들의 인식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상황에서 종교동아리 가입 권유는 정말 쉽지 않았다. 자리를 옮겨가며 부탁해봤지만 학생들은 나를 경계하며 자리를 피하기 일쑤였다. 
 

소태산 대종사와 선진들은 
이 교단을 피와 땀으로 
지켜내고 일궈냈다. 
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은 어느새 5시 30분, 이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법신불 사은께 심고 올리는 것 외에 없었다. 심고를 올리고 정말 마지막으로 ‘총동연 임원들에게 사정이라도 해보자’싶어 임원실로 향하던 중 ‘조원회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자책, 안타까움에 눈물이 났다. ‘이제 진짜 끝이구나….’ 체념을 하던 찰나 교수님에게 연락이 왔다.

바로 연구실로 뛰어가 사인을 받았다. 동아리 회원 충원 부분도 청소년담당 교무님과 교도님들로부터 하나둘 들어오고 있어 해결될 것 같았다. 조금씩 희망이 보였지만, 마감 시간까지 동아리 정원을 맞출 수는 없었다.

교수님께 현재 상황을 말했다. 교수님은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임원들이 회의를 해야 하니 기다려보라”고 한다. 일단 교당으로 돌아와 모든 조건을 완성해놓고 기다렸다. 3시간 후 “다음 날 오전까지 제출 시간을 연장해준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다음날 신청서를 제출했고, ‘조선대학교 원불교 학생회’를 재등록 할 수 있었다.

전국의 대학생교화는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사태로 큰 타격을 받았다. 조원회 역시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일단 올해 재등록은 했으나, 존폐의 위기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 마음이 아프다.

이럴 때 ‘창립정신’을 마음에 더욱 깊이 새겨본다. 이보다 더한 상황 속에서도 소태산 대종사와 선진들은 이 교단을 피와 땀으로 지켜내고 일궈냈다. 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이겨내고자 노력할 것이다.

/광주교당

[2023년 8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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