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명 교무
구동명 교무

[원불교신문=구동명 교무] 푹푹 찌는 날씨가 입추를 지나고도 연일 이어진다. 기후변화로 지구는 계속 달궈지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에 에어컨 없이는 한시도 견디기 힘들다. 밤에도 끄기 힘든 에어컨. 덕분에 실외기에서 뿜어내는 열기 때문에 열섬현상으로 더 더워지는 악순환이다. 

뜨거운 날씨 이슈에 더해 4년마다 이뤄지는 청소년들의 체험활동인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대회가 전북 새만금에서 개최된 것을 둘러싼 책임 공방 뉴스가 연일 나온다.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지만 가장 먼저 생각되는 것이 ‘나무 한 그루 없는 허허벌판에서 어떻게 잼버리대회를 개최한다고 했을까?’라는 질문이다. 수백 명의 온열 환자가 생기고, 그늘 한 점 없는 불편한 잼버리대회는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었다. 최소한 ‘나무라도 있었더라면 온열 환자가 적었을 것이며 옹기종기 모여 쉴 수 있는 그늘이라도 되었을 텐데’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나무 한 그루, 그늘 한 자락과 바람 한줌의 소중함이 절실했던 잼버리대회를 통해 우리가 할 일을 상기해본다. 

우리 교단에서는 수년 전부터 ‘나이만큼 나무를 심자’ 운동(이하 나나무 운동)을 하고 있다. 가열되고 있는 지구 열기를 식혀주고, 숨 쉴 공기와 열병을 피할 그늘을 만들어 줄 나무심기운동은 한두 해 이벤트처럼 하다가 무심해질 일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 숨 쉬고 있는 한 꾸준히 지속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사는 동안 한 사람당 평균 3그루 이상의 나무를 베어낼 정도로 종이와 목재를 소비하고 있으므로 적어도 매년 한 그루 이상의 나무심기 후원을 하자는 취지다.

우리 각자가 자기 나이만큼의 나무를 심고 가꾸면 나무숲만 얻어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은 주변의 온도를 낮추고, 물을 모아 줘 가뭄도 예방한다. 또 다양한 생물종들의 서식처가 되고, 태풍의 위력을 약화시키고, 땅속 깊이 얽힌 뿌리들은 폭우로 인한 산사태 등의 자연재해 완충재 역할로 우리를 보호해준다. 나무를 심는 것이 곧 보은의 삶이며 재해로부터 우리를 지킬 안전장치다. 

‘나무와 나의 생존 관계를 좀 더 깊게 이해해 생존을 위한 보은운동으로 참여하고 함께 실행했으면 하는 바람’은 교단 차원을 넘어 사회운동으로 확산해 누구나 참여하는 보은운동으로 지속해야 한다는 서원이 됐다. 그렇게 원불교환경연대 나나무 운동을 담당하게 됐다. 

‘나무교화를 하자’는 생각은 농촌교당에서 근무할 때부터 갖게 됐다. 모든 것이 불성을 지녔으니 사람 교도만큼 중요한 게 ‘나무 교도’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렇게 사람 교도들과 함께 나무 교도를 심고 가꿔 그네도, 원두막도 만들고, 청소년 캠프를 할 수 있는 시설로도 활용했었다. 교당마다 아름드리 나무 교도들이 있어 새도 사람도 모여들어 쉴 수 있는 아름다운 숲의 교당이 되는 꿈을 꿨다. 그래서 교당에 부임할 때마다 그 교당에 나무도 심고 가꾸는 ‘나무 교도 만들기’를 중요하게 실천하고 있다. 

원불교환경연대 나나무 운동의 지향은 ‘우리가 숲입니다’이다. 교당마다 사람 교도와 나무 교도가 아름다운 숲을 만들어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이 실현되면 좋겠다. 숲이 교당이 되고, 교당이 숲을 만들어가는 운동은 ‘기후 가열화’로 치닫는 기후 위기에서 천지를 구할 가장 빠르고 확실한 보은행이다.

 /원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

[2023년 8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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