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호 교무
현상호 교무

[원불교신문=현상호 교무] 토요 요가 회원 중에 멜로디라는 회원이 있다. 그가 어느날 “훈련원 정원에 육지 거북이를 키워보면 어떠냐”는 권유를 했다. 거북이는 불교와 인연이 깊어서 한번 키우면 좋겠다고 하니 자기가 알아봐 주겠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한지 몇 달이 흐른 지난 토요일에 자기가 아는 지인이 집이 좁아 키우기 힘들다고 하면서 지인과 함께 12살이 된 거북이를 훈련원에 데리고 왔다. 앞으로 80~90년은 더 살거라고 한다. 

원래 입양 이야기는 몇 달 전부터 있었지만, 가족들과 헤어지는 것이 너무 아쉬워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다른 집 입양 이야기도 나왔는데, 훈련원이 아무래도 다른 곳보다 마음이 편할 것 같아 여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사막 거북이로, 풀을 먹고 큰다고 한다. 집에 풀어 놓으니 기어 다니면서 잡초를 뜯어 먹는다. 망고나 파파야 등 과일도 잘 먹는다. 

한 이틀 비가 오고 추워서인지 거북이는 구석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겨울잠을 자는가 보다’하고 있는데, 날이 좋아지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살피기 시작한다. 원래 이름은 킹스턴이었는데, 전 주인이 “거북이가 본인 이름을 못 알아들으니 새로 지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원장님은 처음에 용을 닮아 ‘용이’라고 했는데, 내가 용용이로 하면 어떠냐고 했다. 그런데 막상 불러보니 조금 놀리는 느낌이 들어서 ‘용선’이라고 했다. 반야용선의 줄임말로, 이 도량에서 중생을 구제하는 반야용선이 되라는 뜻으로 지었다. 

용선이는 덩치가 감귤 상자만 한데 민첩하게 움직인다. 눈은 선하고 먹을 때는 참 귀엽다. 앞으로 이 도량에서 나보다 더 오래 살며 이곳의 주인이 될 인연이니 함께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용선이가 오늘따라 민첩하게 움직이더니 대문 쪽으로 나가려고 이리저리 다닌다. 그 모습을 본 원장님은 아마도 자기 집에 가려고 저러는 모양이라고 한다. 12년 동안 살던 집을 그리워하지 않겠냐며 안타까워하신다. 그 말을 들으니 사람이나 짐승이나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장님이 용선이에게 망고를 주면서 여기서 같이 살자고 하니, 알아들었는지 망고를 우적우적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는 자기가 매일 자는 펜스 쪽에 가서 웅크리고 있다.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용선이를 앞으로 따뜻하게 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지인들에게 이곳 훈련원이 동물들이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되는 것 같아 마음이 좋다. 앞으로 정원 숲을 잘 가꿔 일체 생령들이 편안히 안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원장님과 함께 원기94년(2009) 12월 29일에 처음으로 하와이훈련원에 와서 뒷동산에서 바라본 거북이 산과 훈련원이 마치 거북이가 훈련원을 물고 있는 형상 같기에 ‘맹구우목과 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전통적으로 하와이 원주민들은 거북이를 조상신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해 태어난 용선이가 바로 그 거북이 산의 화현이자 하와이의 생령들이 아닌가 생각됐다. 그렇게 거북이가 훈련원에 왔다고 생각하니 용선이와의 인연이 더욱 깊게 느껴진다. 앞으로 많은 하와이의 생령들이 훈련원에 구원받으러 오지 않겠는가 하는 감상이 든다.

/하와이국제훈련원

[2023년 9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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