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12일 새만금에서 열린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이하 세계잼버리) 현장의 한가운데에서 원불교의 힘을 보여준 지도자들과 ‘원불교 스카우트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본 좌담에는 육관응 원불교연맹장(교무, 신현교당), 김세은 부연맹장(교무, 배내청소년수련원), 공세철 대장(신림교당), 박승엽 대장(지평선고등학교), 박범진 운영요원(예비교무, 원불교대학원대학교)가 함께했다.

(지난 호에 이어) 
세계잼버리에서 여러 기관과의 협업으로 원불교의 힘을 잘 엮어냈다.

김세은: 스카우트 사무처 송호연 교무가 애를 많이 썼다. 세계잼버리 조직위와 원광대학교병원이 협약식을 할 때 원광대와 익산성지에 대원들을 보내는 안이 추가되면서 원불교의 공간이 공식 과정활동장으로 쓰이게 됐다. 보통은 세계잼버리에서 인적·물적 자원이 많이 부족한데 이번에는 한국, 그리고 전북에서 진행돼 변산과 하섬까지 홍보할 수 있었고, 익산성지 순례까지 더해져 원불교를 확실히 알리는 효과를 봤다.

박승엽: 환자를 데리고 처치를 받으러 갔을 때, 원불교 병원이 가진 친절함과 단합력, 배려 등을 느낄 수 있었다. 교무님들의 살신성인 자세에서 많은 감동도 받았다. 서로 진심 어리게 소통하고 이끌어주는 힘은 원불교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했다.

육관응: 4월에 잼버리장을 방문해 너무 황량한 벌판인 것을 보고 이양신 원로교무님과 안전기원기도식을 했다. 이후 원불교연맹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많은 논의를 했다. 사무실도 변변치 않은 상황이지만 ‘어떤 일이든 정성이 들어가면 감동은 따라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준비했고,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관심을 받게 됐다. 병원과 대학, 중앙총부 등 여러 곳에서 관심과 후원을 보내줘 세계잼버리장에서 원불교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공세철: 조직위, 익산시 등과 협의를 통해 원불교의 공간을 활용하게 되면서 삼동청소년회, 원창학원 등에서 자원봉사자 배치 등을 적극적으로 협조해줬다. 여러 교무님과 기관들이 역할을 잘 해줬다.
 

육관응 “인류 구원 위해 헌신 봉공하는 점 밀접해”
김세은 “스카우트라는 단체 청소년교화에 활용할 수 있어”

미래를 위한 제언을 해달라.
박범진: 이번 세계잼버리를 통해 많은 예비교무들이 스카우트를 알았고, 중급지도자가 됐다. 상급지도자 과정도 대다수가 받을 것 같다. 하지만 한국잼버리는 2년, 세계잼버리는 4년이 남았다. 텀이 길면 경험하고 느낀 의지가 잘 이어지기 어렵다. 스카우트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

박승엽: 저희는 학교 자체에서 2박 3일 뒤뜰 야영, 매주 수요일 부시크래프트 활동 등을 한다. 그런데 이번에 원불교연맹에서 뒤뜰 야영을 한다고 해 학생들에게 물어봤고, 좋다고 해서 함께하기로 했다. 학생들은 잼버리 소득으로 ‘인맥’을 꼽는다. 새로운 친구, 누나, 형, 동생을 만나서 너무 좋았다고 한다. 이러한 경험들은 매우 중요하다.

공세철: 신림 동그라미 스카우트는 원불교연맹에서 20년 가까이 되는 지역대다. 우리는 가족 스카우트를 중요시한다. 가족이 스카우트 활동을 함께 하면 소통이 좋아지고, 교당 내에서도 스카우트 활동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적극적으로 호응해준다. 특히 이번에 기존의 스카우트 지도자들이 많은 수의 예비교무, 청년교도들과 함께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이러한 경험들을 잘 모으고,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체제와 투자, 유치 등이 필요하다. 훌륭한 젊은 지도자들을 양성하면 교당에서 청소년교화 저변을 넓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김세은: 먼저, 누구나 스카우트 지도자 훈련을 받고 야영 훈련을 할 수 있는 원불교연맹 야영장 확보가 필요하다. 지도자 양성에 있어서는 예비교무 과정 때 중급·상급 훈련을 의무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스카우트에서 주는 여러 자격증을 가지고 교화현장에 나가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청소년교화를 할 수 있다. 신림의 경우 재가교도들의 활동이 활발해 계속 이어질 수 있었다. 교무님들은 지도자를 양성·관리하고 서포트해주면 된다. 이번에 예비교무들이 영혼을 담아 “상급훈련 하고 싶다”고 해 감동이었다. 사무처 사무실과 야영장이 확보되고 그곳에서 예비교무들을 지도자로 양성해 낸다면 교화에도 시너지효과가 크리라 본다.

육관응: 많은 수의 예비교무가 참여했다는 게 가장 고무적이다. 예비교무들이 스카우트 지도자로 잘 성장하면 2년 후 아태잼버리, 4년 후 폴란드 세계잼버리 등에서 활약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학(영어)도 중요하겠다. 또 앞으로 특수연맹(4대 종교) 관계자들과 유대관계를 맺으며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것들을 원불교 스카우트가 만들어보고 싶다.

공세철: 4대 종교 활동과 관련해서는 지도자나 연맹의 준비만큼 대원들 각자의 역량도 중요하다. 잼버리가 해외에서 열리면 지금의 인력을 모두 활용할 수 없다. 결국 잼버리에 참석하는 지도자와 대원들 각자가 원불교 교법과 원불교 정신으로 무장돼야 한다.
 

공세철 “지도자와 대원들 각자가 교법과 정신으로 무장돼야”
박승엽 “원불교와 스카우트, ‘멈추고 돌이키는’ 경험 하게 해”
박범진 “지자본위·공익심 등 교법 실천 경험의 장”

원불교와 스카우트의 접점을 통해 교화 가능성을 살펴본다면.
육관응: 원불교 창립정신 중 이소성대, 일심합력, 무아봉공이 그대로 스카우트 정신과 닿아있다. 작지만 하나씩 이뤄가면서 한마음 한뜻으로 단결하고, 인류 구원을 위해 헌신 봉공한다는 점에서 밀접한 접점을 갖는다.

박승엽: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가르침이다. 원불교와 스카우트에서는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역주행하는 ‘정신’을 챙기게 한다. ‘멈추고 다시 돌이켜 보는’ 경험을 하게 한다.

박범진: 스카우트를 통해 자력양성, 지자본위, 공익심 등과 같은 교법을 실천하는 경험을 했다. 실제로 자력을 갖춰야 위기 극복을 할 수 있었고, 지혜를 모을 때도 지자본위가 돼야 더 나은 환경을 만들 수 있었다.

공세철: 스카우트에서는 ‘다른 사람을 도와주겠습니다’라고 선서한다. ‘돕는다’는 ‘나를 버리고 공을 위한다’는 말과 같다. 무아봉공과도 통한다.

김세은: 원불교와 스카우트의 접점은 매우 많다. 탄생 시기(원불교 1916년, 스카우트 1907년)부터 비슷하다. 스카우트는 선서에 ‘하느님과 나라를 위하여 나의 의무를 다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 있고, 대원들의 종교활동을 권유한다. 진급 제도는 원불교의 법위등급과 비슷하고, 원불교에는 30계문, 스카우트에는 12규율이 있다. 또 활동에 있어 7~8명이 한 반을 운영하고, 반에는 반장과 부반장이 있다. 원불교에는 단과 단장, 중앙이 있다. 우리는 스카우트라는 단체를 잘 활용해 쓰면 된다. 청소년들에게 스카우트 정신과 원불교 정신을 함께 지도하면 효과가 클  것이다.

[2023년 9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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