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4대 시작이 4개월 여 앞으로 다가왔다. 

원불교에서는 소태산 당대부터 1대를 36년으로 환산해 새로운 변화와 도약의 기점으로 삼고 있다. 또 1대 36년은 각 12년 단위로 나눠, 3회로 구분함으로써 한 대의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이는 대체로 우주의 원리를 나타내는 12진법 계산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원불교 창립 109년째를 맞이하는 내년은, 올해 108년 3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진화의 길로 들어서는 4대의 첫 시작이다. 그러기에 교단에서는 재작년 초부터 교단 제4대 제1회 설계특별위원회를 꾸려 향후 12년 동안 원불교가 미래로 나아갈 청사진을 마련했다. 

이에 대해 김도훈 설계특별위원장은 “(그동안) 원불교는 한국 사회에서 4대종교라는 위상을 이루었고, 교단 내적으로는 미국총부 출범을 계기로 해외 교화의 큰 걸음을 내딛었다”며, 교단 4대를 앞두고 “교단 미래의 청사진, 원불교의 꿈을 펼치기 위해 설계특위가 함께 모여 집중적으로 궁구하고 논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더불어 설계특위가 내놓은 의견수렴용 설계안은 꽤 구체적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현재 우리 사회에 대해 지방소멸과 지역별 인구분포의 변화, 초고령 사회의 도래와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가 심각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다가올 미래의 문제로는 기후위기와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 국제질서의 변화와 2030세대의 탈종교화를 제시하며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골몰한 모습을 보인다.
 

교단 미래의 청사진이 현실이 되도록
다같이 다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이와 함께 내놓은 우리 교단의 현황은 눈여겨 볼 부분이다. 원기106년 기준의 이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는 15개 교구 522개의 교당, 해외에는 24개 국가 65개 교당이 분포하고 있다. 전무출신 교역자(교무)는 1천378명이 현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중 62%(847명)이 교화현장에, 나머지 531명이 교육․문화․산업 기관 등에 교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무출신의 노령화와 신규 전무출신 숫자의 현저한 감소가 뚜렷하고, 향후 전무출신 퇴임자 비율 증가에 따른 후생복지와 교단재정이 심각해질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현직 전무출신의 감소와 더불어 교화 위기의 경고등이 켜짐을 알리는 지표다.

이에 따라, 설계특위는 사회와 시대의 급격한 변화와 교단의 현황을 토대로 향후 12년에 대해 ‘회복과 전환, 교단을 새롭게! 세상을 이롭게!’란 슬로건을 제시하며 교단이 나아갈 방향을 밝혔다.

그 첫 번째가 ‘교법정신 회복’이다. 정기․상시훈련의 활성화와 교육의 내실화를 제시했는데, 이는 곧 공부하는 교단, 마음공부의 길로 나아가야 원불교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제시한 ‘교화구조의 대변화’는 혁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강조한 대목이다. 곧 법회 중심의 교화형태와 교당 공간의 재편이 중요하게 거론되는 이유다. 또 여기에 중앙총부의 조직 개편과 기능 전환에 대한 내용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이에 대해 세계교화 기반 확충, 지속 가능한 지구공동체 실현, 전무출신 역량 강화와 제도개선은 향후 원불교가 어떻게 혁신돼야 할지를 가늠할 지표이기도 하다.   

설계특위의 그동안 활동은 자못 진중했으며 어느 때보다 근실했다는 평이다. 지역을 순회하며 소통하고, 다양한 세대의 참여를 유도한 것도 긍정적 요인이었다.

그럼에도 미래설계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공청회 등 좀 더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의 생략은 옥의 티가 되기도 한다. 자칫 자기들끼리만 열심히 준비한, 손님 없는 잔칫상이 될까 두렵기도 하다. 또 그동안 매회 설계안이 그랬듯 보고용 문서로 사장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움도 남는다.

이는 단지 설계특위의 문제가 아니라, 이 설계안을 가지고 정책을 수립하고 구체화를 이뤄가야 할 교단 구성원 모두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제는 교단 4대가 당장 목전이다.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교단 미래의 청사진이 현실이 되도록 다같이 다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교단 미래는 누가 만들어 주지 않는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2023년 9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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