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하 교무
이도하 교무

[원불교신문=이도하 교무] 메타버스-AI·IA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으로서 ‘융합지성’에 부합하는 ‘융합마인드’를 키우기 위해 적절한 수준에서 다른 언어들이나 멀티링구얼을 학습하는 것은 추천할 만한 접근이다. 그러나 학습의 목적이나 목표, 방법, 활용의 여러 측면에서 메타버스-AI·IA 시대의 언어학습은 기존과는 많이 다를 것으로 본다. 

우선 바쁜 현대의 일상에서 ‘새로운 언어를 학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혹 습득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잊어버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환경이 바뀌었다. 

예를 들면 메타버스 환경은 언어학습자들에게 무한한 활용 공간을 제공한다. 필자가 SNS형으로 분류하는 메타버스 플랫폼들(스페이셜, 디센트럴랜드, VR챗, 지금은 서비스를 중단했지만 알트스페이스 등)에서는 24시간 동안 언제든지 불특정 다수의 다양한 언어를 가진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 더구나 그 사람들은 새로운 문화와 기술에 열려있고, 새로 플랫폼에 들어온 아바타(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하면 너나 없이 도와주려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대부분 영어로 소통하지만 경우에 따라 현실에서 외국인을 만나는 것처럼, 해당 언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도 시도해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SNS형, 즉 불특정 다수가 모여들고 소통하는 공간에서는 언어공부 모임도 다수 존재한다. 단순한 언어공부 뿐만이 아니라 (영어를 중심으로) 특정 전문분야를 포함한 명상모임이나 종교의례 모임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메타버스 환경과 결합이 가속화되고 있는 챗GPT와 같은 AI환경에서는 또 다른 가능성이 제시된다. AI와 함께 특정 언어를 지정해 문자를 통해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AI는 지치지 않는 수다꾼이다. 그리고 가끔은 자기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도 짐짓 아는 것처럼 꾸며내기도 하고, 반복적으로 정보 수정을 요청하면 못 이기는 척 슬쩍 견해를 바꾸기도 한다. 가끔 허세가 많은 수다쟁이와 얘기하는 느낌도 받지만, 같은 질문에도 지치지 않고 조금씩 표현을 바꾸면서 끊임없이 답변한다. 이게 불과 올 초 시작된 기술이라고 생각하면 앞으로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경험하게 될 언어학습의 방식이나 활용 방식은 얼마나 달라질지 상상하기 어렵다. 

더불어 언어학습의 목적이나 목표도 달라질 것이다. 생존이나 구직을 위한 범위를 넘어, 소통을 포함한 융합마인드를 확장하려는 목적이나 AI가 커버할 수 있는 영역 이외의 부분에 대한 학습으로 목표가 한정될 수도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2023년 9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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