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균
윤덕균

일원 56상(슈퍼 원 상): 슈퍼 원이 전하는 화합과 상생의 메시지 
원불교의 삼동윤리와 유사한 개념을 미술 작품에 응용한 프로젝트가 있다. 진화 미술 장르인 ‘슈퍼 원 프로젝트’다. 

4차 산업혁명의 총아 인공지능은 미술계의 지형도 바꾸고 있다. 미술 작품 자체가 완성을 향해 영원히 진화하는 ‘이볼빙 아트(Evolving Art)’라는 신개념 미술이 등장한 것이다. 이볼빙 아트는 공간과 시대를 초월해 온라인에서 영구적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다. 영원히 미완성인 동시에 영원히 진화하고, 매 순간 그 자체가 완성돼가는 작품을 가리킨다. 프로젝트 참여자가 단순한 관람자에 그치지 않고, 작품 완성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파트너 아티스트가 된다는 점 또한 영원히 진화하는 미술, 이볼빙 아트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코리언 트랜스 아티스트 팀(K.TAT)은 세 번째 프로젝트로 영원히 진화하는 미술 이볼빙 아트를 소개하며, 인터넷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해 함께 완성해나가는 ‘슈퍼 원(Super ○)’을 선보였다. 인류는 하나라는 가치를 담은 슈퍼 원(Super ○)의 형태를 구성하는 동그라미 ○는 사랑(LOVE), 희망(HOPE), 하나(ONE)을 의미한다. LOVE, HOPE, ONE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알파벳이 바로 ○다. 따라서 슈퍼원은 이념과 종교, 국가와 인종, 성별과 문화를 초월해 미술로 우리가 하나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표현하는 예술 프로젝트다. 프로젝트 참여 회원에게는 K.TAT 측에서 제공하는 자신만의 ‘슈퍼 원’이 하나씩 선사된다. 이후 회원의 수많은 개별 ‘슈퍼 원’들이 모여 더 큰 슈퍼원의 형태를 구성해나가는 알고리즘이다. 

슈퍼원은 프로젝트 참여자가 단순한 관람자에 그치지 않고 작품 완성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파트너 아티스트가 된다. 이 점도 영원한 진화 미술의 핵심 요소다.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슈퍼원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그림을 완성하도록 설계됐다. 영원히 커지는 방식의 마크로 스케일 확장 혹은 영원히 세부화되는 퀀텀 스케일 확장이 방법이다. 참여자는 슈퍼 원을 이루는 수많은 블록에 각각 부여된 개별 아이디를 통해 전체 작품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회원은 작가가 사이트를 통해 공개하는 작품들을 비상업적인 용도로 자유롭게 사용하거나 소장용 현물작품으로도 요청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서로 대립해야 하는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상호 의존해야 하는 존재다.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가치를 담은 ‘슈퍼 원’을 함께 완성해가며 우리가 마주한 갈등과 대립을 극복할 수 있는 장을 만든다.

우리 사회는
 상호 의존해야 하는 존재다.

일원 57상(애플 파크 상): 애플 파크가 완전한 원형인 이유는?
애플 파크는 스티브 잡스에 의해 착안 됐고, 노먼 포스터가 설계했다. 스티브 잡스는 인류가 낳은 가장 창의적인 사람이고 그 역시도 이 세상에서 가장 창의적인 건물을 원했다. 결론은 완전한 원형이었다. 

애플 파크에는 9개의 미니 아트리아로 구분된 8개의 건물이 있다. 캠퍼는 원주가 1마일이며, 직경이 461m다. 지상 4층, 지하 3층, 총 8층으로 이뤄져 있는 건물 하나로 모든 직원을 수용할 수 있다. 건설비는 50억달러였다. 캠퍼스에는 7개의 카페가 있고, 가장 큰 3층짜리 카페는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애플 파크는 신재생에너지로 75%의 전력을 공급하며 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 지붕 중 하나다.
 

애플 파크가 완전한 원형이 된 데는 창립자 스티브 잡스의 종교가 영향을 많이 끼쳤다. 그의 종교는 선불교로, 리드 칼리지 철학과를 한 학기만 다니고 중퇴한 후 사과 농장에서 히피 공동체 생활을 하다가 일본 선불교 승려인 오토가와 고분 치노를 만나 입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오토가와는 잡스의 결혼 주례를 했으며 잡스의 정신적 지주였다. 애플사의 디자인 개념인 ‘단순함’은 오토가와의 선불교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선(禪)이라는 한자를 파자하면 단순함을 추구하는 것이고, 그 영향이 애플 파크의 완전한 원형 설계에 기여했다. 애플 파크의 일원상은 가장 일반적이지만 가장 창의적이며,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품격이 높은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동서 좌우, 높고 낮음이 없는 평등 일미다. 중국 인터넷 기업 치후360의 신사옥도 애플 파크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한양대학교 명예교수·중곡교당

[2023년 9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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